행정수도 이전의 필요성은 한마디로 수도권도 살리고 지방도 살리는 ‘윈-윈 전략(win-win strategy)’의 차원에서 제기된다. 수도권의 비대화로 인한 폐해들은 경제 문화 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은 지방의 자금과 인력, 기업 등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 홀’이 된 지 오래다.
수도권 면적은 전 국토의 11.8%에 지나지 않지만 수도권 인구는 전체의 46.6%, 수도권 경제력은 경제력 총량의 52.6%를 차지하고 있다. 수도권에는 정부 중앙부처와 기타 공공기관의 84%, 30대 기업 본사의 88.5%, 벤처기업의 77%, 기업부설연구소의 72.1%가 몰려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이런 비정상적인 상태로 국가가 제대로 굴러가길 기대한다면 그 자체가 잘못이다.
문제는 이 같은 수도권 집중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현재와 같은 수도권 집중을 방치한다면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대기오염과 난개발 가속화 등 폐해를 면치 못할 것이고, 지방은 지방대로 살기 힘들게 될 것임은 자명한 노릇이다.
우여곡절 끝에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큰 가닥은 잡혔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한 채 이를 예정대로 추진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그러나 신 행정수도의 규모와 기능, 이전 대상 기관의 범위, 소요비용 및 재원 마련, 행정수도 후보지 선정문제 등 어느 것 하나 간단한 게 없다. 신행정수도는 인구 50만∼100만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정치 행정의 중심지로 건설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모든 중앙부처들을 하나의 거점에 집중 배치할 것인지, 아니면 하나의 거점을 중심으로 분산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 대상 기관의 범위에서도 청와대와 중앙부처, 국회를 단계적으로 이전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검토작업을 해야 한다.
소요비용 및 재원 마련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이전 비용이 적게는 수조원, 많게는 수십조원의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한 만큼 구체적 비용 산출 및 재원 조달방안이 수립돼야 할 것이다. 행정수도 후보지 선정에서도 대전과 충남, 충북 등 3개 시도가 벌써부터 유치경쟁에 뛰어들었고, 해당 기초 자치단체들끼리도 수도 유치를 위한 신경전이 치열하다. 해당 시도와 기초자치단체들이 행정수도 유치를 부르짖다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닫고, 급기야 감정싸움까지 벌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은 대단히 복잡하고 무겁다. 무엇보다도 수도 이전을 위한 국민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련분야 전문가와 각계각층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최문갑 대전 글로컬포럼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