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한번 성형수술한 사람이 또 다른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대개는 “친구 쌍꺼풀수술이 잘 되었으니까 나도 해주세요. 친구같이 자연스럽게요”, 아니면 “딸아이가 수술하고 나니 기대보다 효과가 훨씬 커요. 엄마인 나도 하고 싶어요” 등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자신이 코수술하고 몇 달 있다가 눈수술하고 턱수술 가슴수술…. 이렇듯 자신의 몸에서 더 예쁜 모습, 더 멋진 모습을 찾아내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 20, 30대의 변화는 두드러진다. 이들은 자신의 경제력을 자신이 원하는 곳에 집중할 수 있다. 자식이나 부모 등 주변에 대해 배려할 필요 없이 소비에서 최고를 지향하는 것이다. 이들의 문화레저비 평균지출률(3.2%)은 소득상위 30%에 해당하는 고소득자의 평균지출률(2.6%)보다 높다. 고가 브랜드 상품 매출의 57%도 이들의 차지다.
자신의 장래나 노후 계획은 듣기 어려워도 미인 되기 위한 장기계획은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이들에게는 지금의 결과가 유일한 평가이고,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성공만이 목표일뿐이다. 그러면서도 소외감을 느껴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통한 정서 교류에 매달린다.
몇 년 전 쌍꺼풀수술과 눈가주름제거수술을 한 뒤 지난해엔 매부리코를 교정한 20대 후반의 한 여성이 이번에는 턱수술을 하겠다며 병원을 찾아왔다. 그녀는 성형외과 전문의 이상으로 자기 얼굴에 대해 미학적인 분석을 완벽하게 하고 있었다. 같이 온 그녀의 어머니는 보호자가 아니라 보호자의 손에 이끌려온 학생 같았다.
어머니도 성형수술을 하기로 하고 자신은 눈가의 주름수술만 하겠다는 의견이었지만 그 딸은 코수술도 같이 해야 한다며 강권한다. 어머니가 망설이자, 딸은 “엄마 인생이야! 엄마가 적극적이어야지. 남이 권하지 않아도 해야 하는 것 아니야?”라며 더 열을 낸다. 어머니는 “넌 수술하는 것이 목적이냐? 도대체 성형수술을 몇 번째 하느냐?”고 책망하지만, 딸은 “내 아름다움은 내가 챙기는 거야”라며 선언하듯 결론짓는다.
쌍꺼풀수술과 코수술, 혹은 턱수술과 코수술 등 두 가지 정도의 성형수술은 동시에 하는 것이 장점일 수 있다. 두 번씩이나 수술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미학적인 균형에 관여된 부분은 동시에 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코가 높아지면 턱도 같이 커지는 것이 측면 미용선(profile aesthetic line)의 균형을 맞추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깨끗한 실내장식 다 뜯어내고 고급 인테리어를 새로 하듯이 성형수술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대개 수술 후 새로운 자기 얼굴에 적응하는 데 한두 달 걸린다. 이런 적응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의 지나친 성형수술은 삼가는 것이 좋다.
빨리 변하면 마음은 시원하겠지만, 마음이 편하려면 그 결과가 좋아야 한다.
진세훈 성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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