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포럼]유정배/"춘천 미군기지 소음피해 해결을"

  • 입력 2003년 1월 27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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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 강원 춘천에 미군기지 ‘캠프 페이지’가 들어섰다. 전쟁 중이라 정부로부터 아무런 통보도 없는 가운데 그곳에 살던 이들은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못하고 살던 곳을 떠나야만 했다. 그후 ‘캠프 페이지’는 시내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어 도시 발전에 심각한 장애가 되어 왔다. 특히 미군기지 주변에 사는 시민들은 매일같이 비행기 소음에 노출돼 만성적인 불안과 스트레스로 정신적 고통을 입고 있다.

16일 미군기지 주변 지역인 근화동 주민 43명은 이러한 물질적 정신적 손해를 최소화하고 국가가 적정한 조치를 시행해줄 것을 촉구하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피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 이기더라도 수십년의 고통이 보상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근래 경기 화성시 매향리 지역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이 1심에서 승소하는 등 시민적 권리를 우선하는 민주적 원리가 확대되고 시민의식이 고양되는 사회적 배경이 이러한 노력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미군기지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기지 인접지역 주민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미군기지가 도심지에 있는 관계로 발생하는 교통 혼잡, 도시의 기형적 확대, 재산세를 위주로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감소 등의 문제들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도시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런 문제들과 아울러 공여지의 환경오염에 따른 보상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2001년 10월부터 3개월간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와 ‘우리 땅 미군기지 되찾기 춘천시민모임’이 함께 미군기지 인접지역인 근화동 주민 89명을 대상으로 청력 검사와 정신 심리적 검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근화동 주민들은 비교 지역인 효자동 주민들보다 청력상태가 더 나쁘고 정신 심리적으로도 약 4.7배나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2년 춘천시가 ㈜동서엔지니어링환경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헬기 소음으로 인한 주변환경영향조사 결과보고서’에 의해 더욱 분명히 밝혀졌다. 미군기지에서 발생하는 헬기소음은 미국 환경보호청의 주·야간 등가소음도(Ldn) 권장 기준 60dB을 평균 9.3∼14.9dB이나 초과한 것이다. 이러한 객관적인 지표를 거론하지 않아도 근화동 지역 주민들은 소음과 분진 때문에 건강을 해치고 생업을 포기하면서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는 억울한 세월을 보내왔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시각에 따라 찬반 양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군 주둔에 따른 안보상의 ‘수혜’는 온 국민이 입고 있는 반면, 기지 주변지역 주민들은 수십년 동안 재산상의 권리가 제약되는 것은 물론 시민의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행복 추구권도 심각하게 훼손당해 왔던 것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한 근화동 주민들의 피해배상청구소송이 의미 있는 결실을 보아야 미군기지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 부정적인 유산들이 사라지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정부는 춘천시민들의 피해가 제도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발벗고 나서주길 바란다.

유정배 '참여와 자치를 위한 춘천 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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