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쌀과 핵 폐기물, 국민 설득부터

  • 입력 2003년 2월 5일 18시 23분


추곡수매가 인하와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 건설은 양날의 칼과 같은 정책이다. 정부와 해당 국민의 이해가 상충되기 때문에 잘못 다루다가는 정부와 국민 모두가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두 가지 모두 대안이 없는,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지만 농민과 저장시설 후보지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쌀값의 국제경쟁력과 더 이상 폐기물을 저장할 장소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결정을 무모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추곡수매제도 도입 55년 만에 처음으로 수매가를 인하한다는 충격적 소식에 접한 농민과, 불과 4곳밖에 안 되는 저장시설 후보지에 자신의 생활근거지가 포함된 영덕 울진 영광 고창 주민의 분노를 무시하기도 어렵다.

이 괴리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 정부는 우선 객관적인 근거와 명확한 설명을 통해 해당 국민의 동의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쌀의 경우 내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재협상을 앞두고 시장개방이라는 엄청난 파고에 대비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국내 쌀 시세가 국제시세의 4∼5배나 되는 가격구조를 힘겹게 유지해 온 ‘쌀 과보호 정책’을 포기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는 것이다.

방사성 폐기물의 경우도 5년 뒤에 저장시설이 포화상태가 된다니 보통일이 아니다. 원자력발전을 포기하거나 폐기물을 머리에 이고 살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는 한 저장시설을 짓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정부가 지질조사 및 지역주민들과의 협의를 거쳐 최종부지 2곳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하니 최선의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주민들은 일본 등 선진국에도 저장시설을 수용한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예상되는 피해에 대해서는 정부가 합당한 보상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영세농과 부농, 그리고 지역에 따른 차별이 있어서도 안 된다. 정부가 합당한 정책을 선택했다면 다음 임무는 최선을 다해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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