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럼]이강숙/나를 위해 던지는 질문 셋

설도 지났고 고향에도 다녀왔다. 새 정부도 곧 들어설 시점이다. 우리 모두가 자기의 할 일을 제대로 찾아 함으로써 이 사회에 새 기운이 돌게 해야 할 때다.

어느 교육철학자가 교육자가 되려는 사람을 위해 제시한 질문이 있다. 질문 1: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질문 2: “내가 거기에 어떻게 가려고 하는가”, 질문 3: “거기에 갔다면 갔는지 가지 못했는지 내가 어떻게 아는가”라고 물은 뒤 그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질문 1은 왜 던지는가. 회사로 출근하고 있는 사람이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고 자기에게 묻는다. 지금 회사로 가고 있는 것을 아는 그 사람이 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라고 묻는 것일까. 회사는 월급이 나오는 곳이다. 월급은 돈이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가는 곳은, 겉으로만 회사이지 속으로는 돈이 있는 곳이다.

▼삶의 목적-수단-평가 명확해야▼

이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직업이 있다. 직업에 따라 질문 1에 대한 답은 달라진다. 교수가 가고 있는 곳은 ‘지식이 있는 곳’일지 모른다. 기존의 지식이 있는 곳과 새로운 지식이 숨어 있는 곳을 찾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어떤 사람은 지식보다 금력이나 권력이 있는 곳을 찾는다. 또 어떤 사람은 사랑이 있는 곳을 찾는다. 예술이 있는 곳을 찾는 사람도 있다.

자기가 가야 할 곳을 막연히 찾는다기보다 왜 자기가 그곳을 찾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어쩌다 된 자기’는 싫다. 가장 ‘나다워지는 자기’가 되고 싶다. 음대에 들어가야 했을 사람이 법대에 들어가서 평생 고생하는 친구를 본 일이 있다. ‘새로 태어나야 한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어쩌다 된 자기’를 버리고 ‘가장 자기다운 자기’가 있는 곳을 찾기 위해 질문 1을 던지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겉으로는 성공을 하고 있고 멀쩡하게 보이는데, 속은 썩고 있는 불행한 사람들을 나는 내 주변에서 많이 본다. 곳곳에 그러한 불행이 은폐되고 있는 이유는 질문 1의 중요성을 외면하는 우리 사회의 통념 때문이 아닐까.

평소에는 잘 생각되지 않는 곳이지만 우리 인간은 누구나 궁극적으로 가게 되는 곳이 있다. 무덤이 바로 그곳이다. 다만 무덤으로 가기 전에 잠시 들렀다가 가는 곳이 있을 뿐이다. 잠시 들를 그곳이 어디이어야 하는가가 인간 삶의 문제이다. 우리는 ‘삶의 질’이라는 말을 한다. 참 중요한 말이다. 진실로 삶의 질을 원한다면, 질문 1을 던지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우리 사회 구성원 각자가 가장 자기다워질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질문 2는 왜 던지는가. 갈 곳을 정해놓기만 하면 뭘 하겠는가. 갈 곳을 정했다는 말은 인생의 목표를 세웠다는 말일 뿐이다. 목표를 성취하는 방법을 모르면 세운 목표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가고 싶은 곳을 정한 후, 그곳에 어떻게 하면 갈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시대에 둔감한 사람과 시대의 변화에 민감한 사람이 선택하는, 목적 성취를 위한 방법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질문 2의 의미를 깊이 이해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질문 3은 왜 던지는가. 자기가 선택한 방법이 자신은 옳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면 틀린 경우가 허다하다. 개인 차원에서나 국가 차원에서나 말이다.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자기 행위에 대한 ‘평가’ 의식을 갖는 습관이 이 때문에 필요하다. 가려고 했던 곳에 도달했는지, 수시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어설픈 대답에 집착하는 것보다, 가치 있는 질문이 더 중요할 때가 얼마든지 있다.

▼성공도 실패도 '서서히' 나타나▼

성공이나 실패는 ‘갑자기’ 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하는 것이다. 자기 삶을 위한 목적, 수단, 평가와 관련되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가진 사람과 가지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서서히’ 나타난다. 실패나 성공이 ‘진행되는 과정’에 둔감한 사람은 ‘서서히’의 속도에 둔감한 사람이고 ‘서서히’의 무서움을 모르는 사람이 아닐까. 그러니까 질문 셋을 던지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