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자연의 법칙을 지켜야 한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른다. 펌프를 사용하면 그 반대도 가능하지만 에너지가 들어간다. 만약 사고나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물이 흐르지 못한다면 그것은 지속가능한 방안이 아니다. 한강의 물이나 지하수를 퍼서 사용하는 것보다는 상류에 떨어진 빗물을 모아서 청계천으로 흐르게 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둘째, 수량의 확보다. 도시에서는 지하 수위가 낮아져 있으므로 하천의 물은 지하로 빠져 나가게 된다. 하천보다 낮은 곳에 하수관을 설치하면 그 접합부위로 하천의 물이 다 빠져나간다. 아무리 방수를 잘해도 오래 되면 새게 마련이다. 하수처리수를 끌어 올 수도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가장 확실한 수량 확보 방안은 비가 올 때 유역의 상류에 빗물을 모아 두었다가 천천히 흘려보내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지역별, 지구별 빗물모으기 등 여러 가지 빗물관리의 성공 사례가 있다. 빗물을 모으면 홍수를 방지할 수 있고 천천히 청계천에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수원(水源)이 된다. 또한 지하 수위를 유지해 주고, 도시의 물 순환에 도움을 주는 등 여러 이점이 있다. 청계천 배수구역 내의 빗물이 부족하면 근처의 배수구역에 내린 빗물을 이용할 수도 있다. 상수도 시설 중 안 쓰는 지하 저수조 등을 이용해 빗물을 모으면 적은 돈으로 거대한 댐을 만드는 효과도 있다.
셋째, 수질의 유지 방안이다. 청계천을 가까이에서 보고 즐기기 위해서는 수질이 깨끗해야 한다. 도시에 흐르는 물에는 하수(下水)와 우수(雨水)가 있는데 하수는 더럽지만 하늘에서 떨어져 땅에 닿기 직전의 우수는 더럽지 않다. 그런데 빗물이 하수와 섞이거나 땅에 떨어지면 물 전체가 더러워진다. 현재의 청계천은 우수와 하수가 함께 흐르는 합류식이므로 항상 더러울 수밖에 없다. 빗물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하수도 시스템을 분류식으로 재정비하고, 빗물에 더러운 것이 섞이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청계천 주변만이 아니라 배수구역 전체의 하수도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 정비가 필요하다.
청계천을 복원할 때는 자연의 법칙을 따르고 수량과 수질이 확보되도록 물 관리를 과학적으로 해야 한다. 하천은 선(線)으로 흐르지만, 거기에 들어오는 하수나 우수는 유역 전체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해왔던 선적(線的)관리로부터 선진국형인 면적(面的)관리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선진국이나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보급하고 있는 ‘하수와 우수의 관리를 위한 환경친화적 기술’을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청계천에 맑은 물이 항상 흐르도록 하는 데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그렇게 쉽고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무영 서울대 교수·지구환경시스템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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