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정부와 언론의 건전한 긴장관계’를 조성한다고 하면서 기존의 부정적 언론현상들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언론과 취재원간의 부정적 유착관계의 원인이라고 인식되던 신문의 ‘가판’을 정부가 구매하지 않기로 했고, 특정 언론과 대통령의 개별 인터뷰도 사양하며, 정부와 언론의 접촉방식도 기존의 기자실 중심이 아니라 대변인의 ‘브리핑’ 제도로 바꾸기 시작했다. 이러한 언론 정책들은 과거 부정적이라고 인식되던 관행들을 개혁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인식되어 환영받고 있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그 의도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화부 최근 조치 노림수 의혹 ▼
이러한 의혹들이 3월11일부터 터져나온 정부의 대언론 시각과 정책에 의해 사실로 드러나자, 언론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언론에 대한 ‘오보와의 전쟁’을 언급했고, 13일에는 언론의 오보에 대해 구체적 지침을 제시하면서 이를 각 정부 부처에서 참고할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 마침내 14일 문화관광부에서 기존의 기자실을 폐쇄하고 기자가 일반 집무실을 다니면서 취재원을 만날 수 없도록 했으며, 주 l회 공식 브리핑을 통한 자료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홍보업무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이러한 일련의 모습들은 현 정부의 언론관을 잘 드러내고 있다. 앞으로 정부와 언론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을 것 같아 아주 걱정스럽다. 언론과 정부가 ‘긴장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현재와 같이 언론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먼저, 언론을 무조건적으로 ‘오보의 근원’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00년 한국언론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언론의 오보의 가장 큰 원인은 ‘기자의 부주의’(40.0%)와 ‘언론사간의 지나친 경쟁’(28.8%)이다. 현 정권이 우려하듯 ‘의도적인 오보’는 그렇게 많지 않으며, 경쟁에 따른 사소한 부주의가 오보의 근원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둘째, 출입처 기자실을 폐쇄하고 브리핑 제도를 강화하는 것은 일견 환영할 만하다. 기존의 기자실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아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폐해는 기자와 취재원의 밀착에 따른 보도내용의 훼손이었다. 기자실을 접점으로 하여 언론과 정부는 서로에 영향을 주고받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자실을 폐쇄하려면 다른 취재 창구를 열어놓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데 있다. 공무원에게 ‘공식적 장소 이외에서는 기자와 만나지 못하고, 기자와 만나서 이야기한 내용을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린 것은 언론의 취재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이고, 언론과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막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국민지지 잃는 결과 낳을것 ▼
셋째, 현 정부는 브리핑제도를 정보제공의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여기에는 제도적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 현재의 ‘주 1회’라는 횟수는 보다 늘어나야 하며, 브리핑 자리는 정부의 일방적 자료 제시가 아니라 언론과의 교류를 확장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돼야 한다. 지나치게 브리핑 횟수를 제한하거나 일방적으로 정부의 홍보만을 강요하려 한다면, 정부 정책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이는 정부의 활동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심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으며, 정부 또한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획득하기 힘든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요컨대 정부는 기존의 부정적 언론관계는 개선하되, 언론의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언로(言路)’를 차단하려는 시도는 지양했으면 한다. 정부와 언론은 서로의 위치와 역할을 존중해주며, 서로가 동반자적 관계임을 인식해주기 바란다.
백선기 성균관대 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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