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 잡지가 무슨 의미일까. 아마 지역마다 그 지역에 걸맞은 주제로 잡지를 꾸미고 그 지역 안에서 소비되는 잡지를 가리키는 말일 거라고 짐작된다. 그러니 ‘보이소’는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 셈이다. 곧 나올 4월호가 통권 4호가 될 ‘보이소’는 부산에서 만드는 잡지다. 그러나 부산보다는 서울에서 더 많이, 그리고 그 수는 적지만 전주와 광주, 춘천과 강릉에서도 팔리고 읽히는 잡지다.
그저 펴내는 곳이 부산이면 부산 향토 잡지인가. 그렇다면 서울에서 만드는 잡지들은 다 서울 향토 잡지인가. 물론 이런 생각이 잡지회보 편집기자만의 것은 아닐 터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줄곧 받아들여온 개념일지도 모른다. 처음 들은 이야기도 아닐뿐더러 ‘보이소’의 경우는 다르다는 걸 알리겠다는 약속을 받고, 결국 인터뷰에 성실히 응했다. 그래도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창간호부터 막 편집 중인 4호에 이르기까지 ‘보이소’의 머리글에는 한결같은 주제의 칼럼이 실리고 있다. ‘서울공화국’이라는 얄궂은 어휘로 대변되는 지방에 대한 차별 문제가 그것이다. 지방 경제와 지방 문화에 대한 얘기도 있고, 지방 대학에 대한 진단도 있다. 모두 다른 필자들이다. 그런데 그 주장은 다르지 않다. ‘땅끝 시골 부산에서 올리는 편지’,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에 갚아야 할 빚’, ‘지방 독립, 그 불순한 생각’들이 지금까지의 칼럼 제목들이다.
지금 편집이 끝난 4호에 실릴 글에서 부산은 ‘유배지’로 표현된다. 서울을 제외한 모든 곳이 지방이라는 괄호 속에 묶여서 거론되곤 한다. 지방마다의 개별성과 특수성은 그저 뭉개지고 만다. 모든 신문은 지방지이고 방송은 지방 방송이다. ‘지방 방송 좀 꺼라’는 말을 늘 듣고 산다. 지방분권이 회자되는 요즘이지만, 차라리 ‘지방 독립’을 주창하고 싶다는 필자도 있었다.
서울 사람들은 ‘나는 지방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도 경상도 출신이라고, 전라도 출신이라고…. 책임질 가해자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차별은 명백히 존재한다. 서울에서의 생활을 접고 부산에 내려온 뒤 더욱 뼈저리게 이 같은 차별을 느낀다. 이런 일이 일상에 잦으니 이상한 세상이다.
지방에 사는 이들도 그저 그러려니 지내 왔다. 이제부터 그러지 말자고 ‘보이소’의 필자들은 목청을 높이고 있다. 서울만 바라보고, 지방을 잠시 머물다 가는 곳으로 여기는 이들을 지도자로 뽑지 말자고 한다. 지역에 공헌하지 않는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명단을 알리자고도 한다. 마이크 앞에서만 고향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을 솎아내자고도 한다.
도로도 닦아야 하고 다리도 놓아야겠지만, 더 급하고 중요한 것은 생각을 고쳐먹는 일이다. ‘보이소’는 그런 까닭에서 지방에서 만들고 펴낸다.
윤원구 부산 월간지 '보이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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