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한참 바뀌었어도 대학사회에서 소수의 대학생이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비민주적 풍토는 요지부동이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학생운동이 독재정권 시절의 투쟁적인 ‘목표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 반전과 평화를 외치는 학생 시위에서도 폭력적인 방법이 동원되는 모순은 이 같은 구시대의 잔재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함을 나타낸다.
새학기를 맞아 여러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총장실 점거의 명분은 주로 등록금 인상이다. 이들 학생은 “등록금을 받는 만큼 가르쳐주는 게 없는데도 해마다 등록금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을 일방적으로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순수한 학내 문제야말로 ‘이성과 논리’라는 대학의 이념에 맞게 대화와 토론으로 풀어갈 일이지 폭력을 동원한다면 그 정당성마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점거농성은 학교운영의 마비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다른 학생들의 공부할 권리를 빼앗는 자가당착에 빠진다. 대학사회의 이슈와 쟁점이 달라지면 학생운동도 그에 따라 변해야 한다.
총장실 점거가 기존 권위에 도전하는 하나의 상징인양 가볍게 여겨지는 학내 풍조도 큰 우려를 자아낸다. 권위에 대한 도전은 논리와 설득을 통해 이뤄져야 사회의 활력소가 되는 것이지 불법과 파괴로 이뤄진다면 거론할 가치조차 없다. 이런 대학사회에 국제경쟁력을 갖추라고 요구하는 자체가 무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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