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우리 국토의 불과 0.5%를 차지하는 서울이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자원을 독과점해 왔다. 이 때문에 남한 인구의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블랙홀 현상’이 나타난 것은 필연적이었다.
서울 집중현상은 방송 분야 또한 마찬가지다. 방송사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개 프로그램의 80% 이상을 서울에서 그대로 재전송받고 있는 것이 지역방송의 현실이다. 이는 ‘서울 여의도 문화’의 전국화와 다름없다.
최근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KBS 2TV와 SBS 재전송 문제가 불거졌을 때 지방 시청자들의 반응이 정책 당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적이 있다. 지역 시청자들은 지역방송보다는 서울 여의도 중심의 방송을 더욱 선호한다는 것이다. 지역방송 하면 으레 떠올리는 것이 칙칙하고 재미없으며 별로 유익하지 못하다는 불만이 상존하고 있는 우리 방송 현실에서 어쩌면 당연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적은 제작비와 인력, 그리고 서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방송 인프라 등은 자연히 재미없는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고 이는 광고주의 외면과 경영의 어려움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빚고 있다. 이는 냉엄한 경제법칙상 어쩔 수 없는 현상인지도 모른다.
지역방송이 지역 주민의 여론을 대변하면서 지역의 환경 감시 기능을 통해 지역발전의 커다란 한 축을 해내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방송정책이 이러한 지역방송의 기능을 외면하게 만든다는 점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 결국 여의도 중심의 거대 방송사에 종속돼 있으면서 규모의 경제만을 도모하려는 지역방송의 경영진에도 책임이 없을 수 없겠지만,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다는 점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우선 지역방송을 통한 진정한 지방분권 노력과 정책이 가시적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KBS, MBC 양대 공영방송사와 SBS로 대표되는 단일 민영방송사 체제의 ‘여의도 3사 독과점 구조’에 대한 개편 노력과 함께 지역방송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이 시급하다.
예를 들면 방송광고에 획일적으로 부담시키는 19.25%의 광고수수료(5.25%의 방송발전기금 포함)의 획기적인 개편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이와 함께 지역방송의 자구노력 또한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여의도 3사 프로그램의 재전송을 막는 것에만 안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지방분권은 이러한 기본적인 노력이 전제되지 않고는 보고서 안에서만 이뤄지는 단순한 실험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발족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와 곧 구성될 제2기 방송위원회의 노력을 기대해 본다.
손형기 경인방송 기획·보도제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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