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세이]신학철/세월은 못막아도 자외선은 막으세요

  • 입력 2003년 5월 5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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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이 일어났을 때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언제 끝날지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지만 정작 피부과 의사인 필자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무더위와 모래바람으로 땀이 쏟아져도 씻지 못했을 군인들이 땀띠나 습진으로 인한 가려움증과 따가움을 과연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또 많은 양의 자외선을 어떻게 감당할지 생각하며 걱정이 더 컸다. 무더위와 땀띠는 군인들에게 또 다른 적이었을 테니 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외선이 노화를 촉진시키고 피부암을 일으키며 백내장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동안 피부 노화의 주된 요인은 세월, 즉 나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공해가 심해지고 오존층이 얇아진 요즘은 자외선이 노화의 직접적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자외선은 기미를 악화시키고 주름이나 검버섯을 많이 만들며 피부의 탄력을 빼앗아 노화를 촉진시킨다. 또 심하면 피부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배, 등, 허벅지 등의 속살에는 이 같은 피부병이 잘 생기지 않는 것을 보면 자외선이 피부에 얼마나 나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주름과 검버섯이 유난히도 많은 60대 초반의 남자 한 분이 딸과 함께 병원을 방문했다. 오로지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농촌에서 농사만 열심히 지으셨던 이 분은 햇빛에서 열심히 일했기 때문인지 노화현상이 아주 심했다. 자외선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된 결과 얼굴과 손발은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져 있었다. 주름이나 검버섯을 레이저로 치료한 후 이 분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봄과 여름은 노출의 계절로 자외선의 양이 많은 계절이다. 자외선의 종류에는 자외선 A B C 세 가지가 있는데, 자외선 C는 지구에 도달하기 전 오존층에서 모두 걸러진다. 그러나 오존층이 파괴되고 얇아져 자외선 C의 피해가 극심해질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자외선 A와 B는 아무 장애도 받지 않은 채 지상에 이르러 사람의 피부에 여러 가지 피해를 준다. 자외선 A에 노출된 피부는 금방 검어진다. 자외선 B에 노출되면 처음엔 벌게지다가 1, 2일 후 피부가 붉어지고 검어진다. 다시 말해 자외선 A는 기미색소를 더 진하게 하고, 자외선 B는 노화(주름과 검버섯)를 촉진시키며 피부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자외선은 피부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외출할 때는 자외선 차단 크림을 바르는 것이 좋다. 자외선 차단 크림 중 추천하고 싶은 것은 자외선 A와 B를 동시에 차단하는 크림이다. 자외선 차단지수가 높은 제품일수록 자외선을 차단하는 시간이 긴데, 보통 동양인의 피부에는 차단지수 15∼30이 적당하다. 차단지수가 너무 높으면 피부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자외선 차단 크림은 자외선의 피부 침투를 어느 정도 막아주긴 하나 100% 완벽하게 차단시켜 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외출할 때는 모자나 양산을 써서 햇빛을 가리거나, 긴소매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이 좋다. 자외선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가장 많이 내리쬐므로 이 시간대에는 외출을 피하는 게 좋다. 비, 구름, 안개는 자외선을 완전 차단해 주지 못해 흐리거나 안개 낀 날에도 자외선이 투과해 피부가 탈 수 있으므로 자외선 차단 크림을 반드시 바르고 다니는 것이 좋다.

신학철 피부과 전문의 www.doctorlas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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