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세이]홍승봉/따뜻한 우유 한잔 ‘여름밤 수면제’

  • 입력 2003년 8월 11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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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더위가 맹습하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누구나 겪는 고통은 한밤중에 더위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열대야일 것이다.

잠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함께 두뇌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쾌적하게 잠을 자는 데 가장 적당한 온도는 18∼20도. 그런데 낮에 뜨거운 햇빛에 땅이 더워졌다가 나오는 복사열로 밤에도 수은주가 25도를 넘는 열대야는 많은 사람들의 한여름 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밤에 온도가 높으면 왜 자기 힘들까. 외부 온도가 올라가면 체온 조절을 위해 중추신경계의 작용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또 깊은 수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잠잘 때 체온이 깨어 있을 때보다 1∼2도 낮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잠들기도 힘들고 숙면도 취하지 못해 자주 깨게 된다. 결국 아침에 일어나도 잔 것 같지 않고 머리가 무겁고 피곤하다.

열대야를 완전히 극복하기는 어렵지만 낮에 신체활동을 늘려 몸을 피곤하게 하고 자기 전에 목욕을 해 땀을 제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창문을 앞뒤로 열어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해 습도를 줄여야 한다. 이불은 땀날 때 몸에 붙지 않는 종류가 좋다. 조명은 끄거나 어둡게 해야 하며 잠이 안 온다고 형광등을 켜 놓으면 더욱 잠들기 어려워지고 다른 사람의 잠까지 방해하게 된다.

자기 전에 에어컨을 1∼2시간 가동하여 집안의 기온을 낮춘 뒤 잠자리에 드는 것도 좋다. 그러나 밤새 에어컨을 가동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며 선풍기를 켜 놓고 잠을 자면 수면 중에 심각한 호흡곤란과 저산소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무더위로 불쾌지수가 높아져 생기는 스트레스도 불면증의 주요 원인이다. 스트레스는 코티졸이라는 각성 성분을 분비해 잠을 달아나게 한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겹쳐 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흔히 잠이 안 오고 몸이 끈끈할 때 잠을 청하기 위해 일부러 찬물로 샤워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잠을 쫓는 격이 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온수로 몸을 닦아야 신체 근육이 이완돼 잠을 잘 이룰 수가 있다.

또 밤에는 찬 음료나 수박은 가급적 피하고 허기를 느낄 때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마시는 것이 좋다. 우유의 트립토판이란 성분이 수면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적당한 포만감을 줘 잠이 오게 한다.

과음은 숙면을 방해하므로 피한다. 저녁 시간에 피우는 담배의 니코틴은 중추신경을 자극해 잠드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더운 여름에 운동을 할 때는 새벽이나 해진 뒤 20∼30분 정도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 등 가벼운 운동이 적합하다. 또한 점심 식사 후에 몰려오는 졸음은 참지 않는 것이 좋다. 낮잠은 15∼20분 정도가 적당하며 너무 오래 자면 밤잠을 더욱 설치게 되므로 삼간다.

더불어 좋은 침구를 갖추는 것은 깊은 잠을 자기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한다. 베개를 적절한 높이에 여름에 어울리는 시원한 소재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소재는 메밀 겨 등 다소 딱딱하고 통기성이 좋은 것을 고르도록 한다. 목뼈 중 가장 움푹 들어간 7번 경추까지 충분히 받쳐줄 정도의 높이면 더욱 좋다.

홍승봉 성균관대 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수면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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