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방송-강의…끝없는 도전 ▼
누구나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이 있다. 인간은 부족함을 느낄수록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본능이 있다. 경제 법칙은 인간에게 부족한 것을 추구하게 만들고, 가진 것의 가치를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인간은 불행하다. 반면 가진 것에 가치를 두고 활용한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법칙’이다. 교통사고를 당해서 두 눈을 잃은 사람이 남은 신체가 온전하다고 감사의 기도를 했다는 말을 듣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5년 전 ‘기러기 아빠’가 됐을 때 처음에는 외로운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다. 술이나 마시면 정신적으로 황폐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나는 ‘행복의 법칙’을 생각했다. 가족이 곁에 없는 대신 더 많아진 것이 혼자 있는 시간이었다. 이런 시간을 가치 있게 여기고 활용하자고 생각했다. 밤을 새워 주식을 연구하면서 책도 3권을 쓰고 ‘고수’ 반열에 오르게 됐으니 불행이 역전된 셈이다.
내가 주식을 연구한 기간은 짧지만 우리 증시가 현대화된 것 역시 불과 몇 년 전이다. 1996년 선물시장에 이어 1997년 옵션시장이 시작되면서 비로소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투자하는 세계화된 시장이 됐다. 증시에서 ‘현물-선물-옵션’의 세 바퀴는 일정한 균형을 이루고 움직인다. 한국 증권 전문가들은 전통적으로 현물 주식 분석에만 매달려 왔기 때문에 선물-옵션과 연계된 전체 시장의 움직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나는 처음부터 선물-옵션까지 포함한 시장 추세 연구에 매달렸다. 물리학까지 공부하면서 주가를 통일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파동원리)을 연구했다. 지난해부터 선물시장 규모가 현물시장을 압도하고, 선물 움직임이 현물시장을 선도하면서 내 분석 방법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인기를 얻었다. 내가 요즘 매달리고 있는 당면 과제는 엄청난 국부를 유출시키는 외국인에 대항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개발이다. 컴퓨터가 선물을 포함한 주식을 자동 매매하면서 수익을 내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내가 다양한 ‘퓨전 인생’을 살 수 있는 이유는 변호사라는 자유업에 종사하는 덕인 것 같다. 나는 항상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 1980년대 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다양한 문화와 사고방식을 배웠고, 변호사가 방송에 별로 출연하지 않던 8년 전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방송과 인연을 맺으면서 변호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일에 앞장섰다. 점잖은 사람은 내놓고 주식을 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주식의 대중화에 이바지했다고 나름대로 자평한다. 틀에 매이지 않고 뛰어드는 사고방식이 주식 쪽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 온 셈이다.
▼관심분야 넓히면 활력도 생겨 ▼
지난해부터 증권 쪽 수입이 변호사 쪽을 능가하게 됐지만, 25년 전 시작한 법률 분야를 그만두기는 이르다. 인생의 반환점에 왔건만 종교와 철학에 이르기까지 내 관심 분야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나 같은 ‘퓨전 인생’이 점점 확산됐으면 한다. 본업 이외의 다양한 활동은 인생의 활력소가 되면서 부업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약력 ▼
△1957년 생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사법시험 최연소, 행정고시 수석, 외무고시 차석 합격 △서울대 법대 수석 졸업(1980) △수원지법 판사(1984∼86) △미국 예일대 법학석사(1983), 하버드대 법학석사(1987), 컬럼비아대 법학박사(1989)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