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이 유난히 높고 파랗게 보이는 것은 대기 중의 습도가 낮기 때문이고, 가을에 책이나 곡식, 의복 등을 햇볕에 말리거나 바람을 쐬어 습기를 제거하는 포쇄(曝쇄)의 풍습은 가을바람의 선선함 덕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의 가을철 평균 기온은 미국 스포츠의학회가 추천하는 운동에 최적인 섭씨 18도에서 21도 사이니, 말 그대로 가을은 운동으로 유혹하는 계절이라고 할 만하다.
최근에는 비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운동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더욱 늘고 있다. 주위를 둘러봐도 가을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면 헬스비 등 비용만 날리고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만으로 운동처방을 받기 위해 내원한 김모씨(35)의 경우도 벌써 몇 년째 가을마다 운동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체력에 맞지 않는 마라톤,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무리하게 하려다 보니 얼마 하지 못하고 포기하곤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운동처방을 받고 시작했다. 그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자신의 건강 상태보다 욕심이 앞서 무리한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 가을에는 운동을 계획하기에 앞서 과연 자신에게 맞는 운동이 어떤 것인지 솔직하고 성실하게 자기점검을 해 볼 것을 권한다.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종류와 강도로 체계적으로 해야 오랫동안 운동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운동 전후에는 꼭 준비운동과 스트레칭을 해야 부상을 막을 수 있다.
준비운동은 가벼운 달리기나 빠른 보행, 맨손체조 등을 몸에서 약간 땀이 날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 그 뒤에 팔, 다리, 목 등 부위별로 스트레칭을 해 준다. 스트레칭은 긴장을 풀고 천천히 호흡에 맞추어 20분 정도 해줘야 한다. TV 등에서는 프로 선수들이 반동을 이용해 스트레칭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일반인은 인대 손상의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마라톤 조깅 수영 등산 등 각자 좋아하는 운동이 끝난 뒤에는 올라갔던 체온과 심박수를 내려주는 정리운동을 해 부상을 예방하고 피로를 푸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운동을 할 때는 심박수가 100 이하가 될 때까지 천천히 계속한다.
운동을 갑자기 시작하면 근육통과 관절통을 느낄 수 있으므로 처음에는 1주일에 3회, 최소한 30분 이상 정도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또 가급적이면 아침이나 저녁 중 일정한 시간에 해야 운동효과가 높다. 이후 점차 강도와 횟수를 늘려간다.
당뇨 고혈압 비만 등의 성인질환이 있는 경우 전문의와 상의해 자신에게 적합한 운동처방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달리기, 자전거, 수영, 경사가 심하지 않은 가벼운 등산 등의 유산소운동이 효과적이며, 근력 증강을 위한 운동도 필요하다.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단기간에 수축기 혈압을 증가시키는 역도나 유도 레슬링 단거리달리기 같은 격렬한 무산소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골다공증이 심할 경우 달리기 등 척추에 충격이 가는 운동은 피해야 한다.
올가을에는 전 국민이 자신에게 잘 맞는 운동을 찾아내어 보다 날씬하고 건강한 겨울을 맞을 수 있었으면 한다.
배하석 연세대 의대 교수·재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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