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미 있는 해를 맞아 대전시는 29일 시작되는 기념식과 국제심포지엄 등을 비롯해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준비 중이다. 행사는 10월 말까지 계속되며, 10월 한 달간 각 연구기관이 방문객들을 위해 연구시설을 개방하게 된다.
대덕연구단지는 840만평의 부지에 18개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모두 232개 기관에 총 1만8439명의 연구종사자가 모여 있는 국내 최고의 연구 단지다. 열악한 국내기술 여건 속에서도 한국의 독자기술능력 확보가 이들의 일관된 관심사였다. 그 덕일까. 지난 30년간 대덕연구단지의 정부출연연구소들이 이뤄낸 성과는 이루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우리나라 전자통신 분야의 획기적 전기를 이룬 전전자교환기(TDX) 개발과 휴대전화 기술인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 기술의 실용화를 이룬 전자통신연구원(ETRI)을 비롯해 선박의 국내 자체개발을 위해 선박설계생산 전산시스템을 개발 보급한 기계연구원, 다목적실용위성 및 과학로켓 개발로 항공우주개발을 선도해 국민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이 국가경제에 이바지했다.
또한 생명공학연구원은 인공씨감자 대량생산기술, 초정밀 AIDS 진단시약 개발 등 유전공학 분야에서 앞서갔고 한국화학연구원은 각종 신물질 및 신의약품 개발 등을 담당했다. 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소, 국방과학연구원 등도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에 기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서글픈 느낌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바로 오늘날 대덕연구단지가 소위 대기업들의 ‘성공신화’에 묻혀 지나치게 과소평가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렇게 왜곡된 인식 속에서 정부출연연구소들은 주기적으로 효율성 및 생산성 제고라는 미명 하에 구조조정의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같은 일이 일어나는 까닭에는 산업체와 정부출연연구소의 역할이 잘 구분되지 않은 탓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술개발의 최종 성과는 상용화 여부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산업체의 주요 역할이고 정부출연연구소에서는 기초 및 응용연구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결과물은 민간이 시장에서 접하는 ‘상품’이라기보다는 상품화의 전 단계인 원천기술에 가까운 것이다. 반면 기업은 자신의 업적 홍보에만 매달릴 뿐, 그 상품의 개발을 위해 공동연구를 수행했던, 혹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원천기술을 이전해 준 출연연구소의 업적에 대해서는 평가에 인색하다.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산업체에서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원천기술과 기초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가 좀 더 강화돼야 한다. 산업체와 국가로부터 좀 더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것이 탄생 30주년을 맞은 대덕연구단지 출연연구소의 새로운 과제가 될 것이다.
채연석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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