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행정수도 반대주장 검토해야

  • 입력 2003년 11월 19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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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 재고를 촉구하는 국민포럼’이 그제 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전문지식과 경륜을 두루 갖춘 원로학자 74명이 그 중심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날 성명은 주목할 만하다. 내용 또한 상당한 타당성을 갖고 있는 만큼 정부는 겸허하게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행정수도는 인구 50만명의 신도시다. 건설비용은 45조6000억원이 든다고 한다. 50만명은 서울 인구의 5.0%,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인구의 2.2%에 불과하다. ‘국민포럼’은 이 정도의 인구를 빼내기 위해 행정수도를 만들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실제 건설비 부담이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당초 5조8462억원이던 사업비가 설계변경을 거치면서 19조2205억원까지 불어났다.

‘국민포럼’은 무엇보다 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춘희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장은 “행정수도 건설은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국민적 판단을 거친 문제”라고 말하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투표한 모든 유권자가 행정수도 건설에 찬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수도권 집중현상의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 행정수도 건설인지, 지금이 적절한 추진시기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행정수도 건설비용을 비수도권 지역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대안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수도권에 인접한 충청권으로의 행정수도 이전은 오히려 수도권 확장에 그칠 뿐 지역균형발전 명분에 어긋난다는 ‘국민포럼’의 지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치적 이유로 성급하게 결정했다가 공사 도중 반발에 부닥치거나 타당성의 근거가 흔들려 천문학적인 예산만 낭비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국책사업이 적지 않다. 입법부 사법부까지 옮기는, 천도(遷都)에 가까운 행정수도 건설마저 그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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