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할머니가 찾아왔다. 남편이 20년 전부터 첩과 딴살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첩의 자식을 호적에 본처 자식인 양 동의도 없이 올려놓았고 사실이 알려지자 아예 첩한테 가버렸다. 치매에 걸린 시조부모를 수발하게 하면서 생활비만 조금씩 보내주고는 와보지도 않았다. 최근 남편은 이혼을 요구하면서 집을 팔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첩한테는 집을 사주었지만 본처 앞으로는 명의 이전해 준 재산이 없다.
▷어린 자식 두 명을 둔 30대 젊은 여성도 남편이 딴살림을 차렸고 자식까지 낳아 호적에 몰래 올려놓은 것을 알았다. 시부모를 찾아가 이 사실을 말하자 시어머니 왈, “남자는 열 여자 마다하지 않는 거야.” 우리 사회는 남성중심 가부장제의 뿌리가 깊다. 가부장제 사고방식이 여성들에게도 내면화되어 여성이 여성에 대한 가해자로 등장한다. 이런 사건의 소송에서 남자측 변호사는 첩을 ‘둘째 부인’이라고 한다. 필자는 이의를 제기한다. 일부일처제 국가에서 둘째 부인은 없고, ‘첩’ 또는 ‘상간녀(相姦女)’일 뿐이라고.
▷남편의 축첩을 알고도 참고 사는 여성의 공통된 이유는 경제권이 없고 이혼소송을 해도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가 적으며 자녀양육비도 너무 적기 때문이다. 이런 피해를 당한 부인들은 소송을 하고 싶어도 법원의 판결 수준에 실망해 참거나, 실망스러운 결과를 감수하면서 소송을 해야 한다. 우리 법원은 위헌 행위인 축첩을 한 남자들에게 관대하다. 법원이 선고하는 위자료 액수도 5000만원 수준을 넘는 경우가 드물어 부인의 억울함은 가중된다. 헌법상 가정제도의 유지를 위해 가부장제 사고방식을 몰아내는 것이 사회 이슈가 되어야 한다. 축첩 행위는 가정파괴 범죄이며 인권을 짓밟는 범죄다.
배금자 객원논설위원·변호사 baena@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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