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 속으로 영원히 잠든 석동 윤석중(石童 尹石重) 선생의 동요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밝고 생명력이 가득할 뿐 아니라 깊이가 그윽하다. ‘기차길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엔 험한 세상 속에서도 옥수수처럼 잘 자라는 아이들에 대한 희망이 넘친다. ‘엄마 앞에서 짝짜꿍’도 단순한 아가 재롱노래가 아니다. ‘엄마 한숨은 잠자고 아빠 주름살 펴져라’처럼 부모자식의 의미와 핏줄의 끈끈함을 쉽고 짧고도 찡하게 그린 작품이 또 있을까 싶다. 이 동요를 듣다가 노모(老母) 생각에 눈물나더라는 중장년이 있을 정도이니.
▷열두 살 때 아동문학에 뜻을 품고 아흔둘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평생 어린이와 함께 살았으니 선생은 복 많은 인생인 것 같다. 선생이라고 어려운 일이 없었으랴마는 “어린이 마음처럼 낙관적 생각을 가졌기에 일도 쉽게 풀리곤 했다”는 지인의 전언이다. 다른 운동은 안 해도 ‘어린이운동’을 해서 건강할 수 있었다는 생전의 말씀은 그래서 교훈처럼 들린다. 모두 아이 적 마음으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어지러운 세상의 난제도 쉽게 풀릴지 모른다. 선생도 1978년 막사이사이상을 받은 자리에서 동심이란 인간의 본심이요, 인간의 양심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동요 외면하는 요즘 아이들 나무랄 게 아니라 어른들부터 동요를 되새겼으면 좋겠다. 선생의 동요 ‘키 대보기’는 ‘누구 키가 더 큰가 어디 한번 대보자’면서 ‘올라서면 안 된다. 발을 들면 안 된다’고 규칙을 분명히 했다. 부정과 반칙이 판치는 정국에 대한 준열한 비판처럼 다가온다. 정직하게 대보되 똑같다면? 선생은 ‘내일 다시 대보자’고 했다. 그러면 될 것을, 어른들은 지금이 아니면 패가망신할 듯이 사생결단을 한다. 동요를 되찾아야 할 사람은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임을 선생은 하늘나라에서 일깨워주고 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