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사는 크게 필자의 느낌, 객관적인 정보, 멋진 사진 등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그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게 사진이다.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우리 땅이 아름답고 우리 것이 좋다’는 식의 백 마디의 말보다 잘 찍은 사진 한 장이 훨씬 효과적이다.
물론 내 여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도 사진이다. 좋은 여행사진은 ‘운칠기삼’으로 만들어진다. 70%는 날씨에 좌우되고 30%는 찍는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므로 여행기간 중 날씨가 좋지 않으면 직업적인 성과물은 보잘것없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는 결코 작지 않다.
천리에 순응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불혹(不惑)을 코앞에 두고서야 얻은 깨달음이다. 그 뒤로는 날씨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카메라는 아예 가방에 집어넣는다. 내겐 그날이 ‘진짜 여행’을 하는 날이다. 전망 좋은 언덕에 차를 세우고 책을 읽기도 하고 인적 끊긴 바닷가를 거닐어보기도 한다. 뜻하지 않은 휴식과 여유는 재충전의 기회일 뿐 아니라 언젠가 떠날 여행의 사전 답사가 되기도 한다. 이래서 여행작가라는 나의 일은 여전히 기껍고 즐겁다.
‘순수 국내파’ 여행작가 경력이 10년 넘었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개 “우리나라에 아직도 안 가 본 데가 있느냐”고 되묻는다. “이 좁은 나라에 뭐 그리 볼 게 있느냐”는 뜻으로 들리기도 하고 “이제는 좀 더 넓은 세계로 무대를 넓혀보라”는 충고로도 들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에도 아직 가볼 데가 참 많다. 너무 많아서 늘 몸과 마음이 분주하다. 떠나고 돌아오기를 거의 매주 반복하는데도 마음은 늘 길 위에서 서성거린다. 나라 밖으로 나갈 여유도 없고 욕구도 거의 일지 않는다. 특히 직업적인 여행만큼은 내가 나고 자란 이 나라로 한정하고 싶다.
너무 가까이 있거나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그 멋과 아름다움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우리 땅에는 가 볼 데가 없다”며 기회 닿는 대로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도 그런 경우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연 역사 민속 생태 문화 사람 등 이 땅이 품은 모든 것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면 애정도 자연스레 커진다. 그리고 종국엔 문화사대주의, 여행수지 같은 문제들도 얼마쯤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관심과 목표도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좀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다. 그것이 여행작가로서 내 소명이기에 난 내일도 다시 길을 떠날 것이다.
▼약력 ▼
△1964년생 △성균관대 사학과 졸업 △월간 ‘샘이 깊은 물’ 기자 △1993년부터 국내전문 여행작가로 활동 중 △저서 ‘아름다운 바다여행1, 2’, ‘펜션 베스트 100’, ‘7인7색 여행이야기’, ‘내 가슴 속의 여로와 풍경’ 등
양영훈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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