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필 공연의 티켓가격은 5등급으로 구분된 좌석에 따라 3만∼35만원. 문제는 전체 3160개의 좌석 중 3분의 2가량을 S석(25만원)과 R석(35만원)으로 배정했다는 점이다. 세종문화회관측은 3만∼9만원의 A, B, C석을 모두 3층에 몰아넣었다. 결국 일부 관객들은 비싼 돈을 내고도 1, 2층 구석자리에 앉게 생겼다.
최근 예매를 시작한 오페라 ‘나비부인’(국제오페라단·세종문화회관 공동주최)도 사정은 비슷하다. 입장료는 5만∼30만원이지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 2층 전체가 20만∼30만원짜리 좌석이다.
외국 유명 공연장은 좌석 배정을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려고 예매 사이트를 찾았다. 3월 4일 사이먼 래틀 지휘로 베를린 필하모닉 홀에서 열리는 베를린 필 정기연주회. 입장료가 20∼63유로(약 2만5000∼8만원)다. 가장 비싼 A, B석은 객석 8개 블록 가운데 악단에 가까운 두 개의 블록 중 일부만이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도 마찬가지. 4월 오페라 ‘돈조반니’ 입장료는 33∼295달러(약 4만∼35만원)지만 등급별 좌석 수는 1∼5층으로 균등하게 나눠져 있다.
오페라 ‘나비부인’과 빈 필 공연의 주최측은 “외국 유명 연주가들을 대거 초청하는 만큼 R석과 S석을 많이 배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값비싼 R, S석이 객석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음악 팬들의 문화향수 기회를 박탈하는 일이다. 게다가 구석 자리까지 비싼 입장료를 받는 것은 낮은 품질의 상품을 고급이라며 돈을 더 받는 일과 다를 바 없다.
외국 유명 극장들이 최고 아티스트들의 공연에도 염가 좌석을 일정 비율 배정하는 것은 젊은 음악 팬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공연문화계의 합의 때문이다. 우리 공연문화계에 이런 배려를 요구하는 것은 분에 넘치는 주문일까.
유윤종 문화부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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