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체적 부실 드러낸 ‘폭설 대란’

  • 입력 2004년 3월 7일 18시 41분


코멘트
폭설로 고속도로에 갇혀 추위와 허기 공포에 떨었던 사람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100년 만의 3월 폭설’이 정부의 면책사유가 될 수는 없다. 사태가 ‘대란’으로 번진 것은 제설 및 도로통제를 맡는 일선 공조직부터 유관부처 장관들까지 제때 제 몫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능과 무책임, 기강해이 등 정부의 총체적 부실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

고건 국무총리가 중앙재해대책본부에 폭설 대처를 지시한 것이 4일이었다. 그런데도 다음날 오전 고속도로 정체가 시작됐고 도로공사는 오후에야 도로차단에 나섰다. 총리 지시에도 불구하고 제설작업도, 도로통제도 않던 공직자들은 대체 어느 나라 공직자란 말인가.

관계 장관들도 나사가 풀리기는 마찬가지다. 노무현 대통령이 폭설피해를 최소화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 5일 오후 7시인데도 운전자들이 도로에서 밤을 지새운 다음날 아침에야 대책회의를 열었다. 정부차원의 조직적인 인력 및 장비지원이 늦어진 것도 이런 늑장대응 때문이다. 장관들이 효율적 위기 관리는커녕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도 못하는 아마추어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1년 전 대구지하철 방화참사 직후 재난관리시스템을 확립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도 표류 중이다. 당시 주범으로 지목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무사안일 속의 관료주의’는 여전하다.

이번에도 후진국형 인재(人災)의 재발방지를 다짐하는 ‘말잔치’로 끝내선 안 된다. 정부가 국민의 기본적인 안전과 편의조차 지켜주지 못한다면 무엇 때문에 존재해야 하는가. 재난관리시스템 구축도 중요하지만 도로공사와 관련부처 등 이번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자를 문책해 공복(公僕)의식과 공직자 기강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