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하늘에 별이 20∼30개 정도밖에 없는 줄 알고 자란다. 달빛에 사람 그림자가 생긴다는 사실도 모르고 자란다. 어른들은 이런 아이들에게 별을 되찾아줘야 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요즘처럼 ‘5행성 우주쇼’가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5행성 중 가장 까다로운 녀석은 수성이다. 수성은 ‘녀석’ 소리를 들어도 쌀 만큼 얄밉게 행동한다. 요즘 해가 지고 난 뒤 저녁노을 속에서 잠깐 동안 나타나는 수성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바로 져버린다. 오죽하면 그 유명한 코페르니쿠스가 수성을 못 보고 죽었다는 낭설이 아직도 살아 있을까.
글머리에서 필자가 ‘요즘 밤하늘’이라고 하지 못하고 ‘요즘 저녁하늘’이라고 한 이유도, ‘앞으로 1주일’이라고 못을 박은 이유도 모두 수성 때문이다. 사실 수성 녀석만 포기한다면 나머지 4행성을 관측하는 일은 밤늦게까지, 4월 내내 가능하다. 과학의 달 4월을 맞아 밤하늘은 ‘4행성 우주쇼’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저녁 서쪽 하늘에는 굉장히 밝은 별이 반짝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샛별’이라고도 불리는 금성이다. 금성이 새벽에만 보이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데 이는 틀린 것이다. 금성은 수성이 진 후에도 거의 밤 10시 무렵까지 서쪽 하늘에 남아 있다. 동쪽 하늘에도 아주 밝은 별이 하나 보인다. 이것이 바로 목성인데 특히 오늘은 보름달이 가까이 있어 더욱 찾기가 쉽다. 물론 보름달이 밝기 때문에 목성은 평소보다 어둡게 보이지만 대도시 밤하늘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여전히 밝다.
손가락으로 선을 그어 금성과 목성을 연결해보자. 중천 부근에서 또 하나의 밝은 별이 손가락에 걸릴 것이다. 이 별이 바로 토성인데 금성이나 목성만큼 밝지는 않다. 화성은 금성과 토성 사이, 금성 가까운 쪽에 있는 붉은 별인데 많이 어두워졌기 때문에 찾기가 쉽지 않다.
맨눈으로 즐기는 일에 만족할 수 없다면 ‘시민천문대’나 ‘사설천문대’를 검색해 찾아가자. 천체망원경으로 목성을 보면 표면의 줄무늬와 4개의 달을 볼 수 있다. 갈릴레이가 발견한 이 4개의 달은 크기가 수성만한 것들이다. 천체망원경으로 보면 토성은 예쁜 고리를 보여주고 금성은 마치 반달처럼 보인다. 화성은 거리가 멀어져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작년 8월 화성이 6만년 만에 다가와 매스컴에 난리가 났었다. 하지만 인구 2000만이 사는 수도권에 부모 자식이 손잡고 화성을 보러 갈 시민천문대 하나 없어 안타깝기 짝이 없었는데 올해도 그런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루속히 수도권에 번듯한 시민천문대가 세워져 ‘Science Korea’ 건설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그것이 어찌 천문학과 자연과학만을 위한 것이겠는가. 우리 아이들은 별 하나하나마다에서 자신들의 꿈과 희망과 미래를 찾고 키워갈 것이기 때문이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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