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식은 마치 어린이날을 축하라도 하듯 5월 5일 새벽에 일어난다. 달의 일부가 지구 그림자에 들어가는 부분월식이 우리나라 시각으로 오전 3시48분부터 시작되는데 이때는 달이 마치 한 입 먹힌 빵처럼 보이게 된다. 오전 4시52분부터는 달의 전부가 지구 그림자에 들어가는 개기월식이 시작되는데 이때는 달이 온통 검붉은 색으로 변한다. 이번 개기월식은 2001년 1월 9일 이후 3년 만에 다시 일어나는 진기한 현상이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날 해가 오전 5시32분에 뜬다는 사실이다. 해가 뜨기 전에 하늘이 이미 상당히 밝아지므로 사실상 개기월식 현상을 즐기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5월 중순 이후 밤하늘에는 니트, 리니어, 브래드필드 등 3개의 혜성이 나타난다. 이중 브래드필드 혜성은 전문가도 찾기 힘들 만큼 어두워 논외로 한다고 해도 나머지 두 개는 일반인도 관찰할 수 있다. 이는 흔치 않은 일이어서 무척 반갑지만 흠이라면 혜성의 밝기가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혜성의 밝기는 예상보다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고 그 모습도 퍼져 있어 대도시에서는 맨눈으로 보기 어렵다. 크고 작은 별 축제에 참가하거나 ‘시민천문대’ ‘사설천문대’를 찾아가면 천체망원경을 통해 그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5월의 저녁 하늘에는 4행성, 즉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찬란하게 빛난다. 특히 21일에는 달 바로 옆에서 금성이 아주 밝게 빛나며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바로 다음날인 22일에도 달 화성 토성이 나란히 보이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어른들은 앞으로 우주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이 이런 아름다운 우주의 모습을 보고 자랄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아이들 가슴에 우주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 비록 어른들은 지금 불륜 드라마, 조폭 영화를 보고 살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한국판 ‘X-파일’이나 ‘스타워즈’를 보면서 꿈을 키울 수 있게 해줘야 할 것 아닌가. 최근 우리나라 이론물리학 기관의 책임자로 부임한 노벨상 수상자의 첫 인터뷰도 이와 맥을 같이하는 조언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왜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외계인을 추적한다면 고개를 끄덕이던 사람들도 우리 국가정보원 요원이 외계인을 추적한다면 웃어버리고 마는가. 현실은 정말 답답하기 짝이 없다. 국민이 우주에 관심이 없으니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도 없다. 우주를 잘 아는 만화가가 나올 수 없고 결국 우리는 일본에서 30년 전에 만들어진 ‘은하철도 999’ 같은 만화영화조차 가질 수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국익 차원에서라도 하루빨리 SF 우주문화 상품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어느 군부대 건물 지하실에 외계인 시체가 비밀리에 냉동 보관되고 있다, 우리 공군 전투기 편대가 미확인비행물체(UFO)를 추적했다, 우리 특전사 요원이 외계인과 교전했다, 우리가 만든 로켓이 드디어 달에 도착했다, 동해에 소행성이 떨어졌다…. 우리도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살아가면 얼마나 꿈이 커지겠는가. 이것이 바로 ‘과학 한국’이 추구하는 세상의 모습이 아닐까.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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