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윔블던 대회를 지켜보며 두 가지를 생각했다. 우선, 매년 6월 말 시작돼 7월 초 끝나는 까닭에 또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갔음을 확인하곤 한다. 또 하나는 그곳 관광의 미(未)실현. 윔블던은 진작부터 한번은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서도 여전히 별 계획이 없음을 확인했다. 100년 넘게 테니스 경기가 열리는 곳의 인상은 과연 어떨까.
국내 스포츠 행사에서도 최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6월 중순 역시 위성 TV를 통해서였다. 새롭지만 친근한 도시와 만난 기분이었다. 2004 월드컵 통영 국제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대회였다. 기록 측면에선 외국 선수들의 잔치였지만 통영의 아름다운 환경과 문화행사는 ‘스포츠관광’ 자원으로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면에 비친 만큼 도시가 아름다울까. 철인대회에 나가 볼 수 있을까.
눈으로, 손으로, 그리고 발로 체험하고 싶은 게 스포츠 애호가의 마음이다. 대회 참관이나 참가를 위한 스포츠관광이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그저 개최지 방문의 체험만도 소중하리라. 어떤 영감을 얻게 될 것 같은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프랑스오픈 테니스의 롤랑가로스도 그런 곳이고, 골프의 고향 세인트앤드루스, 마스터스 골프 코스 오거스타 내셔널, 파리∼다카르 랠리 코스, 프랑스 일주 사이클 코스, 보스턴 마라톤 코스의 ‘심장파열 언덕’ 등도 그렇다.
보고 싶은 곳에 대한 기대와 체험한 곳에서의 여운. 스포츠관광은 기대와 여운이 엮이는 영역이다. 우리도 치러 낸 올림픽과 월드컵을 보자. 직접 경험하기 전의 기대와 조바심을 성공과 자신감으로 바꿔 낸 지금 우리가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슈퍼 메가 이벤트를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단언컨대 아니다. 2002월드컵 이후 응원단의 해외 활동에는 월드컵에 대해 깊어진 이해가 반영됐다고 믿는다. 우리의 스포츠행사를 참관한 외국 관광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스포츠관광의 요소는 스포츠 문화유산, 시설, 그리고 이벤트다. 역사의 숨결이 배어 나는 스타디움이나 박물관의 인상은 참 오래간다. 하지만 문화유산은 하루아침에 가꿔지는 게 아니다. 스포츠시설은 ‘첨단’ ‘자연과의 조화’ 등의 포장으로도 자원화될 수 있다. ‘축구의 성지’로 불린 런던 웸블리구장의 신축은 하나의 예다. 이벤트는 변수가 많다. 초대형 행사 유치는 별개로 치고 도시나 사람 이름이 걸린 연례행사 중에도 흥미로운 게 많다. 스포츠관광객이 열광하는 3월의 홍콩 세븐스(7인제 럭비)는 눈여겨볼 사례다.
스포츠관광이 전체 관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영국의 관광조사에서 스포츠를 여행 목적으로 응답한 사람이 26%라는 글을 본 적도 있다. 스포츠관광객 유치로 도시의 브랜드 이미지도, 살림도 효과를 본다면 정부든 지방자치단체든 스포츠관광에 좀 더 정성을 쏟을 필요가 있다. 외국의 스포츠관광객이 찾아보고 싶어 하는 우리 도시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윤득헌 관동대 관광스포츠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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