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에 대비하고 날로 늘어나는 물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가 바로 댐 축조다. 6∼8월에 연간 강수량의 3분의 2가 집중되는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을 감안할 때 댐을 축조해 홍수 때 수해를 막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기존 댐이 없다면 몰라도 굳이 이상이 없는 기존 댐을 놔두고 엄청난 돈을 들여 새로 댐을 건설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 강원 강릉지역의 오봉댐이 그런 경우다.
강릉 시민의 젖줄인 남대천 상류의 오봉댐은 중앙심벽형 석괴댐으로 1983년 완공돼 강릉지방의 상수원과 농업용수원 역할을 맡아 왔다. 그런데 최근 이 지역의 홍수조절과 용수공급 확대를 위해 기존댐 하류 290m 지점에 3949억원을 들여 콘크리트 다목적댐을 새로 만들겠다고 한다. 주민들은 가옥 및 농경지 수몰에 따른 생계 문제와 생태계 훼손 등의 이유를 들어 이에 반대하고 있다.
장래의 홍수 대비와 생활 농업 용수의 수요 등을 감안하면 기존 댐으로는 충분치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기존 댐 바로 아래에 새 댐을 건설한다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새 댐은 건설비용도 막대하고 주민 피해와 생태계 파괴도 크다. 그보다는 현재의 댐을 5m 정도 높이고 수문 확장, 비상방수로 설치 등 비상시를 대비한 보강사업을 한다면 비용도 적게 들고 환경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는 오봉댐 같은 구식 댐이 산재해 있다. 무조건 새로운 댐을 만들기보다 이런 기존 댐들을 보수 보강해 재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최예환 강원대 농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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