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로까지 이어지는 정체성 논쟁, 서해 북방한계선(NLL) 파문, 수도 이전 논란 등에서 보듯 지금 우리 사회의 갈등지수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이념, 지역, 세대, 노사, 빈부간 갈등이 겹쳐 나라가 온통 분열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갈등 조정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은 정파적 이해에 따라 오히려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최근 정부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측을 아예 ‘적대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듯한 모습이다. 이러니 청와대가 ‘모든 갈등의 진앙(震央)’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과거사 문제만 해도 그렇다. 잘못된 역사를 정리하고 가자는 명분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역사적 정리에 충실해야 한다. 그런데 정치적 논리에 집착해 과거부정, 또는 기득권 척결의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고, 그것도 대통령과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는 양상이니 여야 및 사회세력간 반목과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대통령의 ‘갈등 해결’ 발언이 상생과 통합의 길로 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자면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선(善)한 진보, 악(惡)한 보수’ 식으로 편을 가르는 이분법적 행태를 털어내는 것은 기본이다. 말 그대로 힘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 합의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갈등관리는 참여정부의 중요한 사업”이란 대통령의 다짐이 어떻게 구현될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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