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에 대한 강제력이 없는 주민투표는 행정력을 낭비하고 농민에게 실현 불가능한 환상을 갖게 할 수 있다. 설령 주민투표에서 쌀 시장 개방 반대 여론이 확인되고, 이것이 정부에 간접 압력이 된다 해도 농민에게 이익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정문 부속서에는 한국이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하려면 이해당사국에 ‘추가적이고 수용 가능한 양허(讓許)’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근거로 중국과 미국 등 협상 상대국들은 낮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쌀 의무수입물량 확대, 수입 쌀의 일반 판매 허용, 쌀 이외 품목의 추가 개방 등 다양한 반대급부를 우리나라에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관세화가 무조건 불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반대급부가 작으면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편이 유리하지만, 반대급부가 크면 관세화를 받아들이면서 고율관세를 통해 쌀 시장 개방의 충격을 줄이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들도 이런 현실을 농민에게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
지자체들은 개방 반대 여론 확산이 협상의 전략과 전술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 정부가 여론 때문에 선택폭이 좁아지는 만큼 협상 상대국들의 무리한 요구 조건을 뿌리칠 힘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농촌과 농민의 미래를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