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기악은 612년 백제 사람 미마지(味摩之)가 일본에 전한 백제의 가면 춤으로, 백제의 춤사위와 가락, 탈, 복식 등을 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이날 공연의 관심은 단연 덴리대 아악부에 쏠렸다. 일본인들이 1392년 만에 백제의 옛 수도에서 백제기악을 공연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동안 이들이 복원에 쏟은 노력 때문이었다.
일본인들은 백제기악을 면면히 전승해 오다 1970년대 말 본격적으로 복원에 착수했다. 일본의 문화역사서인 ‘교훈초(敎訓抄)’ 등을 토대로 춤사위를 재현하고 옷감 염색 복식 탈 등 각 분야의 장인을 동원해 기악도구를 복원한 뒤 자국은 물론 미국과 중국에서 공연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백제기악의 명맥이 끊겼다가 불과 5, 6년 전 복원에 나서 이날 첫 공식 공연을 가졌다.
공연에 이어 열린 ‘백제기악 복원을 위한 방안 모색’이라는 세미나에서는 자괴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심우성(沈雨晟) 공주민속극박물관장은 “일본은 백제기악의 복식을 복원하는 데만 20억원을 썼다는데 우리는 단돈 200만원도 없어 쩔쩔매고 있다”며 “우리가 일본인들을 초청해 백제기악을 배워야 하는가”라고 개탄했다.
그는 또 일본의 기악연구 성과물이 단행본 30여종, 논문 60여편 등으로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 공연팀 대표 사토 고지(佐藤浩司) 덴리대 교수는 “한국의 경우 탈이나 복식 등이 전해지지 않아 걱정”이라면서 “복원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한국팀의 공연에 대해서는 “아직 처음 아니냐”고 한마디했다.
일본이 우리 문화에 대해 훈수하는 수준에까지 와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한국이 일본 문화의 원류라고 으스대기만 할 것인가.
지명훈 사회부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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