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도 질(質)은 다르지만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과 그의 총애로 프랑스 최초 여성총리가 된 에디트 크레송의 관계였다. 하지만 라이스와 달리 크레송은 남편이 있었다. 미국과는 달리 정치인의 사생활에 너그러운 프랑스 언론은 미테랑과 크레송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크레송을 루이 15세의 애첩인 ‘마담 퐁파두르’에 비유하며 능력 부족을 꼬집었을 뿐이다.
▷미국 언론은 남편과 아내의 ‘권력 관계’를 표현하는 조어들을 잘 만든다. 잘나가는 아내 때문에 위축되는 사내를 ‘작은 남편(Small Husband)’, 집안일을 전적으로 도맡아 하는 남자를 ‘살림 남편(House Husband)’이라고 표현한다. 사회 경제적으로 크게 성공한 아내를 둔 남자는 ‘트로피 남편(Trophy Husband)’이라고 불린다. ‘포천’지에 따르면 미국의 최고 여성 사업가 50명 중 3분의 1가량이 트로피 남편을 두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프라이버시 침해 때문에 같이 다니는 이성(異性)을 섣불리 부인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아내와 남편보다는 ‘배우자(Spouse)’ 또는 ‘파트너(Partner)’라는 용어 사용을 권장한다. 게이 또는 레즈비언 커플에 대해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큰 봉변을 당한다. 그래서 대통령 남편의 총애를 받는 독신 각료 내정자를 ‘직장 마누라(Work Wife)’로 묘사한 데 대한 ‘집안 마누라(House Wife)’ 로라 부시 여사의 반응이 궁금하다. 한국에서도 얼마 전 이 비슷한 소문이 떠돌았으나 확증은 없었다. 우스갯소리였나 보다.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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