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사회는 매일 1550명 정도가 50세에 들어서고 있다. 미국과 같이 은퇴자협회가 반백 년 역사를 가진 선진국가에서는 50세 생일에 맞춰 은퇴자협회 가입신청서를 받는다. 늘어난 평균수명의 축복과 함께 이제 인생의 반을 살았으니 ‘남은 인생을 더 보람 있게 살자’는 의미의 가입신청서다. 반면 한국의 40, 50대는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루에 100개 가까운 주식회사가 탄생되나 또 그만큼이 문을 닫는다. 하루평균 4000∼5000명이 실직하며 그중 태반이 중·장년층이다. 그들은 직장에서, 사회에서 심지어 가정에서조차 자식과 아내에게서 소외되고 있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벌써 반점이 생긴 얼굴에 핏기는 가시고 이 눈치 저 눈치에 아직 일할 곳이 있음을 스스로 위로 삼는다.
많은 통계 발표에서 한국은 상위 순위를 다툰다. 정보기술(IT), 스포츠, 예능 등 다채로운 분야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또 다른 분야에서도 한국 사회는 단연 1위다. 저출산 1위, 고령사회(Aged Society) 진입속도 1위. 4, 5년 차이를 두고 한국은 미국과 비슷하게 고령사회로 들어선다. 불과 15년 뒤의 일이다.
사회학자 윌리엄 베버리지의 연구를 빌리지 않아도 ‘장·노년층의 최대 고민은 경제적 문제다’. 한국의 40, 50대는 이제 겨우 허리를 펴나보다 할 때 구조조정이라는 ‘벽’에 부딪친다. 자의의 퇴직신청을 받는다고 하지만 이는 공공연히 벌어지는 기업 내의 연령 차별이다. 경기는 더욱 안 좋아지고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한국의 정치상황은 더욱 어둡다.
|
한국의 40, 50대는 뻔뻔스러워져야 할 때가 왔다. 나가라고 해도 나가지 말고, 딴 곳으로 발령 나면 발령 나는 대로, 우선은 이 숨넘어가는 시간을 참아내야 한다. 일단 나가면 모든 게 끝난다. 50개월치 본봉보다 5년을 더 버티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임을 기억하라.
기업은 기업경영의 어려움과 구조조정의 모든 원인을 나이 든 세대에 떠넘기지 말라. 길게 15년, 아니 10년만 넘으면 고령자들이라도 붙잡고 일해 달라고 사정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선진화된 사회는 우리가 갈 길을 가르쳐 주고 있다. 임금피크제나 일자리 나누기 및 정년제 개선을 통해 근로자들이 일할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회장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