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상대방의 가치를 인정하자

  • 입력 2005년 2월 4일 18시 43분


우리 사회가 더 안정되고 정치적으로 더 성숙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통합이나 동서화합이 필요하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이에 질세라 종교인들도 각계각층의 일치와 화해를 역설합니다. ‘용서와 화해’, ‘일치와 평화’라면 어느 누구보다 종교인들이 앞장서야 하는데도 마음 한구석에는 어색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서양에서 교회 분열이 일어난 이유는 신앙의 본질적 문제보다는 오히려 인간적 이기심과 교만으로 서로를 적대시함으로써 일치와 평화를 이루지 못한 비(非)복음적인 까닭도 클 것입니다. 이러한 교회분열을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물려주신 신앙의 유산인 양 그대로 받아들여 서양보다 훨씬 더 비 복음적으로 서로를 적대시했던 부끄러운 과거에 대해 이제 서로 용서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지난달 18일부터 25일까지 그리스도교에서는 교회 일치를 위한 기도 주간을 지냈습니다. 분열의 탓을 캐기보다는 먼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청하고 상대방의 가치를 소중하게 인정하자는 뜻으로 서울 연동교회에 함께 모여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그리스도교 역사상 처음으로 가톨릭교, 정교회, 개신교 일부 교단의 신학자들이 공동으로 작성한 ‘한국 그리스도교 일치운동을 위하여’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일치를 위한 진솔한 대화에는 자신의 주장만으로 상대방을 설복시키려 하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상대방의 가치를 수용하려는 마음 자세가 앞서야 할 것입니다. 인도의 국부인 마하트마 간디의 말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부끄럽게 합니다.

“나는 그리스도를 사랑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가 말씀하신 것을 실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화해와 평화, 상호협력이 요구되는 해입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이 서로 협력해 지구촌의 대재앙을 극복하는 데 앞장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천주교 ‘교회 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회’ 위원장 김희중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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