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바다’, ‘정보의 보고(寶庫)’라는 인터넷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중독, 음란물, 인터넷 성매매, 해킹, 바이러스 유포, 사이버 테러, 그리고 e메일 폭탄 등의 역기능 역시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 역기능의 심화는 그동안 인터넷 인구의 저변 확대와 수익만을 위해 관계당국과 정보통신 업체들이 순기능만을 강조해 온 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따라서 인터넷 윤리교육 강화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물론 교육 당국, 청소년보호위원회, 정보문화진흥원,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그리고 유관 시민단체 등에서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성과는 미흡하다.
특히 정보문화진흥원이 정보화 교육 관련 초중고교 교과과정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정보통신 윤리교육은 초등학교 6학년 실과 과목에서 사이버 윤리와 예절이 간단히 언급되어 있을 뿐 정규 교과목에 거의 반영되어 있지 않다. 초등학교 저학년과 중고교의 경우도 ‘재량활동’에 컴퓨터 관련 정보 윤리 내용이 포함돼 있으나 필수가 아닌 선택이어서 의무 교육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초중고교의 정보화 관련 과정도 컴퓨터 활용 중심으로 되어 있어 인터넷의 주이용층인 청소년의 정보통신 윤리교육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정보통신부 및 유관 기관들은 인터넷 윤리과목을 초중고교에 정규과목으로 신설하자는 의견을 주무부처인 교육인적자원부에 여러 차례 제시했으나 교육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한국정보처리학회 산하 IT인증원에서 ‘인터넷 윤리’ 교재를 공동으로 개발했고, 올해 신학기부터 서울여대, 성균관대 등 전국 7개 대학에서 인터넷 윤리를 3학점 정규 과목으로 개설하기로 했다.
대학에서조차 정보통신 윤리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정규교과로 택하고 있는 마당에 정작 관련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초중고교에서는 선택으로 재량활동 활용만을 고집한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불행한 일이다. 이에 대한 교육당국의 몰이해는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의 역기능으로 청소년들이 피어보지도 못한 채 망가진다면 21세기 우리의 미래는 없다. 교육부는 환골탈태해 현실을 직시하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인터넷 이용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이며, 그만큼 역기능이 심화되어 사회문제화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언제까지 팔짱만 끼고 있을 것인가. 이대로 시간이 가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게 된다. 인터넷 윤리교육은 지금 시작해도 결코 빠른 게 아니다.
이윤배 조선대 교수·한국정보처리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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