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권장도서 100권]<11>젊은 예술가의 초상-제임스 조이스

  • 입력 2005년 4월 13일 18시 19분


제임스 조이스(1882∼1941)의 여러 작품 중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일반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책이자 현대 성장소설 가운데서도 가장 두드러진 소설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은 아일랜드 더블린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주인공 스티븐 디달러스가 유년기와 대학시절을 보낸 뒤 예술가의 꿈을 안고 날로 피폐해져 가는 가정과 조국을 떠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매우 자전적 소설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다른 성장소설과 달리 연대기적으로 구성돼 있지 않다. 대신 주인공의 ‘의식의 형성’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과정에 개입하는 갖가지 심리적 생리적 사회적 자극을 어떻게 수용하고 저항하며 또는 소화해 내는지가 리드미컬하게 이어진다.

여기에 매 상황에 가장 적합한 언어선택을 통해 이를 설명, 묘사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 과정에 개입해 독특한 시적 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작가는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찬사에 걸맞게 이런 정교하고 치밀한 언어체험을 감수성이 예민한 식민지 청년인 주인공의 비장한 성장과정에 절묘하게 조화시킨다.

‘스티븐 디달러스’라는 주인공의 이름은 작가 자신이 잠시 사용한 적 있는 필명이었다. ‘스티븐’은 신약에 나오는 최초의 순교자 이름이고 ‘디달러스’는 손수 날개를 만들어 달고 하늘로 날아올라 역경을 탈출한 그리스 신화 속의 예인(藝人)이다. 이처럼 목숨을 거는 비장함과 비상하는 경쾌함은 실제로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적 스타일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옛날 옛적 아주 좋았던 시절에…”로 시작하는 이 책의 주인공 스티븐 디달러스의 신화는 이렇게 창조되었다.

그렇다면 제임스 조이스의 글을 읽으며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소양가치는 무엇인가.

첫째는 그가 여러모로 20세기 서구문학의 정점이었으며 21세기에도 각광받는 현대고전작가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그의 위상이다.

둘째는 그의 책이 그가 성취한 인간탐구가 유례없이 풍부하고 진솔하며 철저하면서도 문제의식이 강해 매우 각별한 독서체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특히 작가가 오랜 유랑생활을 하며 단련시킨 자전적 상상력이 도시와 시민, 언어와 의식, 역사-신화-정치 등을 집요하게 천착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읽는 것만으로 그의 고향인 아일랜드와 도시 더블린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인문학적 체험을 제공한다.

셋째는 그 체험내용이 우리나라 독자에게 다분히 친숙한 주제와 정서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아일랜드도 한국처럼 한때 이웃나라에 종속되는 비슷한 처지의 식민지 약소국의 갈등을 겪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거울에 나를 비추어 자신을 남처럼 바라보는 것처럼 남의 사정을 내 일인 것처럼 몰입해 볼 수 있다.

사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조이스 문학의 가장 핵심인 ‘율리시스’를 읽기 위한 입문서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책은 김종건, 이상옥, 나영균 교수의 번역본 등 10여 종이 나와 있다. 작가에 관한 전기로는 리처드 엘먼의 책 ‘제임스 조이스’가 탁월하다. 이 역시 최근 전은경 교수의 국내 번역본이 나왔다.

김길중 서울대 교수·영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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