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복잡한 것은 조각으로 분해하여 각 조각을 이해하면 전체를 알 수 있다’는 사상이 빛을 잃어가고 있고,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의 것’이라는 오래된 사상이 다시 유행하면서 공동체에서 새로이 나타나는 창발현상(創發現象)을 이해하려고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다.
인터넷의 홍수, 수십억 개의 염기 등 방대한 정보를 다루기 위해서는 복잡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며, 과거의 정량적인 방법보다는 정성적인 방법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학자들은 잘 알고 있다.
과거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던 현상들을 카오스나 프랙털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인류의 생각과 정신은 한층 더 커가고 있다.
거울을 바라보면 눈동자 속에 자신의 얼굴이 보이고, 그 속의 눈동자에는 다시 내가 들어 있고, 그 속에는 또다시 내가 있는데, 이같이 ‘나 안에 나 있다’라는 현상은 자연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오늘날 수학자들을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은 복잡계론, 비선형 동역학계론, 네트워크나 링크 등 다양한 이름으로 위와 같은 현상을 연구하고 있고, 그중 대중적 인기를 타고 있는 것이 카오스와 프랙털 기하학이다.
여기에서 카오스란 ‘질서 속의 무질서’를 뜻하기도 하고, ‘결정적인 미래 속의 예측불가능성’을 말하기도 하며, ‘신문에 난 조그만 칼럼’이 ‘인류의 의식 혁명’을 이룰 수 있다는 ‘나비효과’를 이르기도 한다.
카오스는 날씨에 대한 장기간 예측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고 주식시장의 비주기적 변동, 전염병 확산이나 생태계의 변화, 심장의 박동, 밀가루 반죽하기라든지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주기 등 많은 것을 설명한다.
프랙털 또한 자연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식물의 잎이나 해안선의 모양, 산이나 구름의 모습, 허파꽈리의 생김새, 핏줄의 분포 등 프랙털이 아닌 것이 없다. 프랙털은 디지털 자료의 압축 등 여러 곳에 응용되고 있다.
복잡계를 연구하는 이들은 ‘무질서 속의 질서’를 본다.
이들은 무작위성을 설명하기도 하고, 지휘자 없이도 한 무리 반딧불이가 다같이 불을 깜빡이는 것이라든지, 철새가 줄지어 나는 것 등을 연구하기도 한다.
제임스 글리크 씨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였고 뉴욕타임스에서 오랫동안 저널리스트로 근무한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그는 비록 과학자는 아니지만 1980년대에 유행하던 과학적 사고의 변화를 방대하게 수집하여 아름다운 이야기인 ‘카오스’를 만들어냈다.
이 책을 통하여 많은 수학자와 과학자가 위대한 자연을 이해하기 위하여 바치는 열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악보 읽기, 시 읽기, 그림 읽기 등 다양한 읽기가 있듯이 ‘카오스’를 읽을 때에도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과학적 생각을 맛본다는 자세로 대한다면 더 넓은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김홍종 서울대 교수·수리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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