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안석민]우리 비행기 반디호 세계를 날다

  • 입력 2005년 4월 15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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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을 방문한 미국 탐험비행가 거스 매클라우드 씨를 통해 일반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4인승 소형기 반디호는 한국에서는 생소한 선미익(船尾翼) 항공기다. 하늘을 날고 있는 반디호를 지상에서 바라보면 마치 비행기가 뒤로 날고 있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일반 항공기에서 동체 뒤쪽에 위치한 작은 수평꼬리날개가 반디호에는 동체 앞쪽에 달려 있고, 일반적으로 앞에 장착되는 엔진이 동체 뒤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만든 것은 그냥 모양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비행기의 안전성과 성능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되고 시험된 결과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신기술이 순수 국내 과학자들의 손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앞으로 소형 항공기에 관한 한 우리나라도 항공기 수출국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디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자체 투자에 의해 핵심기술 획득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현재 북극과 남극을 경유해 세계일주 비행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반디 1호기다. 반디 2호기도 이미 완성돼 각종 항공기술 개발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실용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내 기업이 해외 판매를 위한 국제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해외 판매계약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비록 안전과 관련한 필수적인 시험 등은 당연히 수행되었지만 좀 더 많은 기술을 획득하고 더욱 우수한 비행기를 만들기 위한 상세한 시험 등은 한정된 예산과 인원으로 인해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했던 점이다. 다행히 이런 시험 과정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반디호 실용화 개발 과정에서 착실히 수행될 예정이다.

가장 기뻤던 순간은 2001년 9월 21일 반디 1호기가 처음 하늘에 떠올랐을 때다. 이때 연구원들이 느꼈던 기쁨과 환희는 과학을 하고 싶은 어린 학생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다.

이후 북극과 남극을 경유하는 세계일주 비행 기록 수립 도전을 위해 적합한 비행기를 찾고 있던 조종사 매클라우드 씨에게 반디호가 소개됐다. 그는 직접 시험비행을 해본 후 우리에게 반디호를 빌려줄 것을 요청해 왔다. 우리 손으로 개발한 비행기가 다른 비행기를 제치고 선정되어 세계의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일반적인 비행이 아닌 극한환경을 통과해야 하는 위험성 때문에 많이 주저하기도 했다.

지난해 도전 과정에서 반디호는 비행에 가장 가혹한 지역인 남극대륙을 두 차례나 비행하면서 두 개의 세계 최초 기록을 남겼다. 드레이크 해협의 소형기 최초 야간 단독 비행과 선미익기 최초의 남극대륙 비행이 그것이다.

물론 국내에서는 남극점에 도달하지 못한 사실 때문에 비판적인 시각과 실망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반디호의 도전을 대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의 소형 항공기 에어쇼인 오시코시 에어쇼에서 반디호는 ‘주목할 만한 비행기(Notable Aircraft)’로 초청을 받아 전시됐다. 또한 반디호는 세계 최고의 항공우주박물관인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올해 6월에 처음 시도하는 비행 행사에 초청받은 5대 비행기 중 하나가 됐다.

대형 제트기나 최첨단 항공기는 이미 선진국이 앞서 개발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반디호의 기술을 발전시켜 고급형 소형기, 소형 비즈니스 제트기 등을 개발해 세계의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을 것이다.

안석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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