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야기꾼’으로 청중에게 주로 아테네 여러 명문 가문 이야기, 전쟁 이야기, 그 밖의 역사적 사건들, 미지의 땅에 대한 경이로움을 들려주었다.
그는 여러 그리스 도시를 방문하고 주요 종교축제나 경기가 열릴 때마다 그곳에 가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기원전 431년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터져 그리스 세계가 양분되자 페르시아의 제국주의 팽창정책에 맞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양국이 동맹국으로서 어깨를 나란히 해 싸웠던 것에 초점을 맞춰 하나의 연속된 이야기체로 꾸민 것이 ‘역사’다.
헤로도토스는 역사의 아버지다. 역사란 시대의 증인이고, 진리의 빛이며, 기억의 되살림이고, 삶의 스승이며, 옛 세계의 소식 전달자라고 정의를 내린 키케로가 처음 그렇게 불렀다. 헤로도토스는 그리스인과 이방인의 위대한 업적들을 기록해 둠으로써 과거의 기억을 보존하고 특히 왜 양대 세력이 서로 전쟁을 하기에 이르렀는지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 ‘진실을 묻고 찾아 추적하는 탐구자’로서 ‘탐구’라는 뜻의 ‘역사(Historiai)’를 썼다.
그는 들은 그대로 기록하고 전해지는 것을 그대로 전하는 것을 서술 원칙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이 세상이라고 알고 있는 모든 곳을 찾아다녔다. 아프리카인, 아랍인, 카르타고인, 키프로스인, 이집트인, 이탈리아인, 팔레스타인인, 스키타이인 등을 직접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이 ‘역사’의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역사’는 전부 9권으로 되어 있지만 이는 헤로도토스 본인이 구분한 것이 아니라 후대의 알렉산드리아 학자들이 편의적으로 나눈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헤로도토스 자신이 9개의 파피루스 두루마리로 된 ‘역사’를 청중 앞에서 직접 낭독했다는 카그나치의 주장이 있다.
그에 의하면 ‘역사’ 9권은 각기 3개(제5권은 4개)의 낭독 단위로 나뉘어 전부 28개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 각각은 대략 4시간에 걸쳐 청중에게 낭독되었다는 것이다.
내용을 보면 1권에서 6권까지는 페르시아 제국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 최초의 아시아 군주인 리디아의 크로이소스가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정복하는 것에서 시작해 마라톤 전투(19강·講)에서 페르시아인들이 패퇴하는 것으로 끝난다. 다음 7∼9권은 10년 후 마라톤 패배를 복수하고 그리스를 페르시아 제국에 흡수하려는 크세르크세스 왕의 기도를 묘사한다.
‘역사’는 테르모필레 전투(22강), 살라미스 해전(24강)을 거쳐 플라타이아이 전투에서 페르시아의 패퇴(26강), 아테네 제국이 수립되는 제28강으로 끝난다.
이 책은 최초의 ‘동서대전(東西大戰)’을 다룬 것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동서 문명의 충돌을 살펴보게 한다.
허승일 서울대 교수·역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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