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통해 그 답을 찾아보자. ‘자유론’의 목적은 사회가 개인을 상대로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성질과 그 한계를 살피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개인의 자유는 정치권력을 제한함으로써 획득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고 정치권력의 행사가 제도화된 상황에서는 사회적 다수가 행사하는 권력이 개인의 자유에 더 큰 위협이다.
개인의 자율성과 개성을 살리기 위해선 이제 ‘국가권력’이 아닌 ‘사회’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민주사회에서 ‘다수의 횡포’는 공권력을 통해 행사되기도 하며 관습이나 여론의 압력이라는 형태로 개인의 영역에 침투하기도 한다. 다수의 횡포는 어떤 형태의 정치적 탄압보다 훨씬 더 가공할 만한 힘을 발휘한다. 밀은 “이는 다수의 횡포가 개인의 사사로운 삶 구석구석에 침투해 마침내 개인의 영혼까지 통제하면서 도저히 빠져 나갈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행복의 조건인 개별성과 자아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상의 자유가 필요하다. 그리고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다른 의견에 대한 관용이 요구된다. 토론과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진리는 독단에 지나지 않는다. ‘오류 가능성’과 ‘부분적 진리’를 인정할 때 사회 진보가 가능하다. 이 책은 “전체 인류 가운데 한 사람이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 그것은 어떤 한 사람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나머지 사람 전부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것만큼이나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밀은 또 “무엇이 유럽 민족들로 하여금 정체되지 않고 계속해서 진보할 수 있게 만들었는가? 유럽을 유럽답게 만든 요인, 그것은 바로 성격과 문화의 놀라운 다양성이다”고 말한다. ‘자유와 다양성’은 지적 진보의 조건이다. 사회 내 다수의 의견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면 정체 또는 쇠퇴의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자유론’은 이러한 시대 상황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한다. 대중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큰 위험은 자유의 과잉이 아니라 순응적 태도의 확산이다.
그러나 자유를 최대한 향유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질서와 안정이 요구된다. 밀은 “질서란 진보와 함께 이루어져야 할 추가적인 목표가 아니라 진보 그 자체를 위한 수단이며 그 일부분이다”고 정의했다. 즉, 사상의 자유가 신장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그 합의는 건전한 교육과 공론에 의해 유지된다. 밀의 ‘자유론’은 진보적 역사관과 경험적 인간관을 기초로 한다. 그의 전체 저작의 맥락에서 볼 때 ‘자유론’은 원칙적 자유주의의 천명이라기보다는 특정한 상황과 조건에 국한된 교훈으로서의 성격을 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론’은 분명 자유주의의 고전이며 자유에 관한 현재의 논의에서도 그 가치를 잃지 않고 있다.
유홍림 서울대 교수·정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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