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경제를 보면 이 같은 특징이 잘 드러난다. 과학적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를 체계적으로, 지속적으로 확산시켜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로 연결한다는 점이다. 또 선진국일수록 외부와의 지식, 기술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교류의 중요성은 역사가 잘 말해 준다. 인류는 출현 이후 끊임없이 진보해 왔다. 그중 가장 앞서 진보한 곳이 아시아와 유럽이다. 이 두 대륙은 대규모 집단의 이동과 그로 인한 지식과 기술의 교류를 지속적으로 해 왔다. 사람들이 이주하거나 침략할 때면 새로운 지식, 새로운 기술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함께 이동했다.
인류를 발전시킨 근본적인 몇 가지 요소를 들자면 우선 활자를 꼽을 수 있다. 십진법의 발견도 주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종이와 인쇄술의 발명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발견과 발명을 통해 지식은 수도원과 왕궁의 도서관에서 일반에 확산될 수 있었다. 이 근본적인 요소들만 놓고 보면 아시아와 중국의 발전 속도는 유럽을 훨씬 앞질렀다.
중국은 15세기까지만 해도 모든 발명과 발견의 첨단이었다. 종이, 인쇄술, 화약, 나침반을 먼저 발명했고, 운하를 건설하고 큰 배를 만드는 기술도 앞서 갖췄다. 중국인들은 기술적으로 가장 발전된 강력한 제국을 건설했다.
중국인들은 앞선 지식과 기술, 이를 통해 일군 부(富)를 보호하기 위해 만리장성을 쌓았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제국은 스스로를 무기력한 보수주의에 가둬 버린 것이다.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혁신을 꾀하는 것은 의혹을 샀고 먼 곳으로의 항해가 금지됐다. 그로부터 수세기 동안 중국의 기술 발전은 중단됐다.
유럽은 다른 길을 걸었다. 비슷한 시기에 전쟁으로 갈기갈기 찢긴 유럽의 각국은 이웃 나라보다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더 나은 위치를 점하고자 외부와의 접촉을 통한 발전을 가속화했다. 열린사회, 소통하는 사회를 선택한 것이다.
새로운 발견에 대한 갈증은 항해자들을 바다로 내몰았다. 동기는 다양했다. 이상주의자도 있었고 종교를 전파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황금과 값비싼 향료에 대한 탐욕도 있었다.
학자들은 종교의 권위와 불변의 질서에 도전하기 위해 지적 항해에 몰입했다. 위험천만한 시도였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케플러 같은 학자들은 이단으로 비난 받으면서도 자신들의 생각에 인생을 걸었다. 끊임없이 외부 세계를 탐험한 이들이 유럽을 과학과 기술의 첨단으로 이끌었다.
오늘날도 여전히 경쟁은 기술과 지식 발전의 원동력이다. 그리고 지식과 기술의 교류는 한 국가의 경제 발전의 토대를 이룬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솔로는 지난 50년간 경제 발전의 절반은 혁신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정보를 최대한 확산하고 교류하는 일이 한 국가의 흥망을 결정짓는 열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를 외부와 격리한 사회는 스스로 유죄선고를 내린 것과 마찬가지다.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지식과 기술의 교류가 한층 빨라졌다. 뒤늦게 열린사회에 동참한 중국의 눈부신 발전은 아직 외부로 통하는 문을 열지 않고 있는 닫힌 국가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라르 뱅데 에뒤 프랑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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