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인 박사의 업적을 기리는 행사는 한일 양국에서 매년 열린다. 그의 고향인 전남 영암에서는 올해도 4월 초 ‘왕인문화축제’가 열려 90여만 명의 관광객이 몰렸다. 작년에는 일본 관광객이 1만여 명 가까이 참가했으나 올해는 독도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외교 갈등 탓에 일반 일본 관광객이 200명 선에 불과했다고 한다.
▷일본 오사카(大阪)에서는 매년 11월 3일 ‘사천왕사 왔소’ 축제가 열린다. 1990년부터 시작된 이 축제는 왕인 박사를 비롯해 일본에 문물을 전한 이른바 ‘도래인(渡來人)’들의 행차를 재현한 가장행렬. 행렬이 오사카 번화가를 관통해 사천왕사에 이르는 동안 형형색색의 고대 복장을 한 4000여 명의 참가자들과 연도의 40만 인파는 일제히 ‘왓쇼이’라는 구호를 외친다. ‘왔소’라는 한국말이 어원이라는 게 통설이다. 행사는 후원자였던 신한은행 창립자 이희건(李熙健) 씨 소유의 간사이(關西)흥은이 부도나는 바람에 2001년부터 2년간 중단됐다가 2003년부터 재개됐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이 탄생시킨 ‘광우병에 안 걸리는 소’가 어제 일본에 건너갔다. 아직 최종 검증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2000억 원을 들여 연구시설을 만들어 놓고도 광우병에 내성(耐性)이 있는 소가 없어 개점휴업 중이던 일본 과학계로서는 충격인 모양이다. 황 교수팀은 “21세기의 왕인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100여 년 뒤 ‘왔소’ 축제에는 광우병 내성소를 안고 있는 황 교수 팀이 가장행렬에 포함될지 기대된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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