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권장도서 100권]<41>국부론-애덤 스미스

  • 입력 2005년 5월 19일 18시 27분


과학적 경제학의 시작은 언제부터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발간한 1776년이라고 답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경제학 분야를 대표하는 한 권의 고전을 선택하라고 할 때도 스미스의 ‘국부론’을 선택하는 사람이 가장 많을 것이다.

이와 같이 스미스의 ‘국부론’이 가장 대표적인 경제학 저작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근대 자본주의 체제의 특징적인 모습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저작이라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우선 스미스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서 가격을 통해 재화가 자유롭게 거래되면서도 사회 전체적으로는 자원이 적절히 배분되는 방식을 잘 설명해 놓고 있다. 이러한 시장 과정은 스미스가 신학적인 비유를 통해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국부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손’ 또는 시장 방식을 기억하게 된다.

그렇지만 ‘국부론’의 내용은 경제학 교과서에서 소개되는 가격이론 이상으로 풍부하다. 사실 ‘국부론’은 가격이론이 아니라 생산 과정의 분업이론에서 시작하고 있다. 분업을 통해 생산성이 증가한다는 사실, 이러한 생산성 향상의 이익을 통해 국부가 증진한다는 사실, 그리고 분업을 활발하게 하려면 시장의 크기가 커져야 하고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 체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선구적인 관찰은 단지 가격기구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인류사회의 조직원리를 진화적으로 설명하는 데 유용하며, 경제학 분야를 넘어선 적용력을 갖는다. 이러한 점에서 사상가로서 스미스는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사실 스미스가 연구를 시작하던 1750년대는 시장경제 체제가 확립된 환경이 아니라 중상주의 시대로서 자유로운 영업 활동을 막는 규제가 많은 시대였다. 스미스는 이러한 규제를 철폐해야만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므로, ‘국부론’의 시대적 의미는 중상주의 비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단지 스미스가 가격기구만을 분석했다면 시장경제가 확립된 이후에 ‘국부론’의 현대적 기여가 과연 더 있을까 하는 점은 의문시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국부론’의 분업이론과 가격이론, 나아가 스미스가 윤리학, 법학, 신학 분야에서 남긴 다른 저작을 통합적으로 이해한다면, 스미스의 기여는 현대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부론’의 저자인 스미스는 1723년 스코틀랜드의 세관원의 아들로 태어나 글래스고대를 다니다가 주위의 권유로 옥스퍼드대로 갔으며 졸업 후 다시 글래스고대로 돌아가서 도덕철학 교수가 되었다. 그러다가 한 귀족의 개인교수를 통해 소득을 올린 후에는 집필 활동에만 전념하여 완성한 책이 바로 ‘국부론’이다.

이 책 1판이 1000부 발간된 이래 1790년 스미스가 사망할 때까지 5판이 발간된 바 있으며, 당시 서양 선진국에서 호평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많은 영향을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권의 번역본이 있는데 1992년 서울대 김수행 교수가 번역한 판본이 현대적 국어로 쓰인 좋은 번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홍기현 서울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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