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1분은 10초일 수도 있고, 50초일 수도 있고, 100초일 수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1분을 60초로 했나요?”
한참 생각하시던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되물었습니다.
“정민이가 어머니 심부름 하는 데 379초 걸렸습니다. 379초가 어느 정도 긴 시간인지 느낄 수 있습니까?” 대답하는 친구들은 없었습니다. 선생님께서 “379초를 우리들이 쉽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5862cm를 잘 이해하기 위하여 1m라는 단위 길이를 생각하여 ‘5862cm=58m62cm’라는 것처럼 말이죠”라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은 ‘1분이라는 단위를 쓰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1분을 몇 초로 약속하는 것이 좋을까요? 1분을 10초라고 하는 것이 좋을까요, 100초라고 하는 것이 좋을까요?
1분을 10초로 약속했다면 379초는 1초, 2초, 3초 … 9초, 1분, 1분 1초, 1분 2초…1분 9초, 2분, 2분 1초…37분 9초와 같이 세어야 합니다. 이러면 1분이 너무 자주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들이 379초를 느끼는 데 불편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1분을 100초로 약속했다면 379초는 1초, 2초, 3초…99초, 1분, 1분 1초, 1분 2초…1분 99초, 2분, 2분 1초…3분 79초와 같이 세어야 합니다. 1분이 드물게 나타나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렇다면 1분을 50초라고 약속했을 경우와 1분을 60초라고 약속했을 경우를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1분을 50초라고 약속했다면 2분은 100초, 3분은 150초, 4분은 200초와 같이 계산하는 데 편리하다는 반응이었고, 1분을 60초라고 약속했다면 2분은 120초, 3분은 180초, 4분은 240초와 같이 계산하는 데 불편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런데도 왜 1분을 60초라고 약속했을까요?”라고 질문하였습니다.
원재가 손을 들었습니다. “50은 2와 5로 나누어지지만 60은 2, 3, 4, 5, 6… 등으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좋아요!”
참으로 명답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원재의 생각은 참으로 좋습니다. 우리 생활 속에서는 연필 한 다스 12자루, 오전 12시간처럼 12를 단위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0은 2와 5로만 나누어지기 때문에 불편하지만 12는 2, 3, 4, 6으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12, 24, 36, 48, 60, 120, 240, 360과 같은 12의 배수를 단위로 하는 것들도 같은 이유로 많이 사용됩니다.”
선생님은 교실 문을 나서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참으로 밝다! 이렇게 능력 있고 생각 잘하는 우수한 학생들이 있는데…. 우리가 이 능력을 어떻게 잘 계발시킬 것인가가 우리의 책무가 아닌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루빨리 ‘379초=□분 □초인가? 8분 32초=□초인가?’와 같은 수치 놀음의 문제 풀이 중심의 평가에서 “왜 1분은 60초로 약속했을까?”와 같은 열린 서술형 평가를 통하여 ‘생각하는 수학, 정도의 수학교육’이 되게 하는 것이 교사의 과제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배종수 서울교대 교수·수학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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