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자리 못 만들면서 創業 제한하나

  • 입력 2005년 6월 1일 03시 07분


청년 실업자와 중도 퇴직한 실직자 등이 먹고살기 위해 너도나도 가게를 여는 바람에 자영업자가 급속히 늘어났다. PC방이 돈벌이가 된다 하면 우후죽순처럼 PC방이 개업하고 호떡집이 손님을 끈다 싶으면 잇따라 호떡집이 생겨난다. 일자리가 모자라 마땅한 직장을 얻지 못한 서민과 중산층이 생계를 꾸릴 수단이 달리 없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는 2003년에 24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근로자 가운데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2위다.

그러나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는 데다 과잉 경쟁으로 오래 못 버티고 문을 닫는 업소 또한 줄을 잇는다. 자영업 다산다사(多産多死)의 악순환 구조다.

중소기업특별위원회는 어제 영세 자영업자 대책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중에 자격증제와 신고제를 도입해 자영업 창업을 제한하고 퇴출을 유도하겠다는 대책은 하지하책(下之下策)이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고,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침해 소지까지 있다.

기존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진입장벽을 만드는 정책은 가격 상승을 부를 소지도 높다.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고 공급자만 고려한 정책이다. 시장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른 분야의 진입장벽도 될수록 낮춰야 할 상황에서 자영업 진입을 억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임대료, 실내장식 비용, 각종 세금, 인건비 부담만 해도 서민층으로서는 넘기 힘든 진입장벽이다.

작년 말 식당 주인 3만여 명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서울 여의도에서 솥단지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이번 자영업자 대책이 혹시라도 기존 업자들의 불만을 무마하려는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정부는 자영업자가 지나치게 많은 원인을 제대로 봐야 한다. 기업형 일자리가 모자라기 때문인 것이다. 이는 아직 우리나라의 산업화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각종 규제와 비싼 땅값 문제 등을 해소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기보다 국내 투자를 더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근본적 대책이다. 수도권 규제시책에 묶여 투자를 못하는 국내외 첨단공장이 제3국으로 옮겨 가버리면 일자리 몇만 개가 날아가버린다. 보다 안정적이고 유효한 성장정책으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곧 자영업 대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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