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용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의 고백을 통해 드러난 ‘S프로젝트’의 실체는 “시스템이 1인자”라고 강조해 온 현 정부의 국정운영이 사실은 ‘코드에 바탕을 둔 인치(人治)’임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노 대통령은 정 씨가 고사(固辭)했음에도 불구하고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를 관저에까지 불러 이 프로젝트를 맡도록 강권했다고 한다. 이는 시스템을 통해 국정을 운영하는 자세가 결코 아니다. 특히 노 대통령측이 기자회견 중인 정 씨에게 S프로젝트와 행담도 개발이 무관함을 강조하라고 종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권의 도덕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아마추어들의 國政실험‘이제 그만'
국가경영의 양대 축이라고 할 경제와 안보부터 흔들리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도 경제와 안보의 축이 함께 흔들린 적은 없었다는 점에서 지금 대한민국호(號)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은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경제에 모든 것을 걸겠다며 정부가 예산의 3분의 2를 조기 집행하는 등 정책수단을 집중했음에도 경제는 회생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물가와 땅값이 뛰고 실업과 세금이 늘어나 국민은 다중(多重)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근까지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펴기에 급급했다.
안보는 더 걱정이다. 한미 동맹이 흔들린다는 우려의 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일각에서조차 “한국의 대북(對北) 유화책 때문에 핵개발 문제에서 북한을 압박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런데도 여야 정치인들은 평양에서 열리는 ‘6·15 민족대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볼썽사나운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대일(對日) 강경외교를 주도함에 따라 ‘국제 미아(迷兒)’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공권력의 무력감은 이 정부가 정통성 있는 정부인지를 의심케 할 정도다. 특히 민노총 한총련 전교조 등 이념적 편향을 가진 단체들의 과격 폭력시위 앞에서 공권력은 거의 속수무책이다. 공기업 주요 자리는 물론이고 정부가 임면(任免)에 영향을 미치는 대학 총학장 자리까지 코드인사로 메워져 “공직이 정권의 전리품이냐”는 반발이 나온 지도 오래다.
열린우리당은 지리멸렬 상태다. 탄핵 역풍 덕에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했지만 1년 내내 한 일은 4개 법안 처리를 둘러싼 대립과 국론분열 초래, 과거사 파헤치기와 이념 논란이었다.
이런 총체적 위기의 뿌리는 현 정부의 저능력(低能力), 낡은 이념에의 집착, 포퓰리즘적 국정 행태, 맹목적 주류교체 추구 등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행태가 국민의 삶의 질과 국익 증진에 기여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을 고통스럽게 함으로써 ‘신뢰의 위기’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코드인사로 권력 핵심부에 진입한 국정 아마추어들의 포퓰리즘적 의제(議題) 설정으로는 국가의 성장 동력(動力)을 되살리기 어렵다는 사실은 충분히 입증됐다.
이제 노 대통령의 자성(自省)과 인식전환이 우선돼야 한다. 앞선 세대의 희생과 경륜에 대한 존중과 이들의 온축된 지혜를 배우려는 겸손한 자세가 절실하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과 여권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판이 ‘소수 기득권 계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힘겨운 생활에 부대끼며 지쳐 가는 서민(庶民)과 중산층의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성공한 대통령'을 보고싶다
노 정권은 더 이상의 국정실험을 중단하고 당-정-청을 대대적으로 쇄신해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꿈으로써 국민과 우방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이벤트성’ 대책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국면이 아니다.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는 첫걸음은 노 대통령과 집권층의 현 상황에 대한 바른 인식이다. 국민은 ‘성공한 대통령’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러니만큼 노 대통령부터 섣부른 자신감과 독선적 자세에서 벗어나 민심의 소재를 직시하고 자기개혁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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