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럼/안병준]韓美정상회담 신뢰회복 계기로

  • 입력 2005년 6월 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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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선열을 기리는 현충일을 기해 대한민국 안보와 장래를 생각해 보자.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북한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미래를 위해 한미동맹을 갱신하는 일이다. 6월 10일 한미정상회담은 이에 대해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에서 갖는 정상회담은 양국 간에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최근에 와서 한미동맹은 뚜렷한 전략목표와 방향감각 없이 표류해 온 게 사실이다.

이는 북한 핵문제에 대해 양국이 갖는 시각차에서 유래했다. 미국은 북한 핵무장을 세계평화와 동북아지역 안정에 큰 위협으로 인식해 왔지만 한국은 이보다도 남북협력을 더욱 중시해 왔던 것이다.

이제 북한이 핵 보유를 공식 선언했고 이를 대미국 억지력으로 고수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 위협에 대해 한미 양국이 공동인식을 재정립하지 못한다면 건전한 동맹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핵 보유가 현실화되고 있는 이때 이번 정상회담은 2년 전의 정상회담에서 두 대통령이 이미 약속한 바와 같이 북한 핵무장은 결코 허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를 행동으로 이행하는 방법에 대해 확고한 합의를 해야 한다. 즉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 평화적 협상에 응한다면 그때 제공할 유인책을 명시하되 만약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 취할 수 있는 조치도 분명하게 밝혀 둬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양국이 한목소리를 낼 때 신뢰가 증대될 수 있다.

한편 양국은 동맹의 미래에 대해서도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원래 동맹이란 사활적인 이익과 가치를 공유할 때 건실하게 발전될 수 있다. 양국이 한반도에서 생길 수 있는 각종 시나리오에 대해 공동 전략을 추구하는 것은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능력에 우리가 독자적으로 대처하고 통일을 관리할 능력을 갖지 못한다면 우리의 안보 이익과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 현재 동북아지역에서 일본과 중국 간에 거세게 일고 있는 세력다툼을 감안할 때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필요의 문제이다. 이 현실을 온 국민이 냉철하게 이해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이와 다른 선택을 한다면 우리 자신이 그것을 관철할 수 있는 국력을 보유해야 하고 동시에 관련국들도 지지해야만 그것의 실현이 가능하다. 통일이 완성될 때까지는 우리가 이러한 요건을 갖추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국가안보는 정부가 책임져야만 하는 고유한 영역이다. 경제정책을 수행하는 데서 정부가 실패한다면 민간과 시장이 그것을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안보정책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는 이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정부가 표시하는 언행은 대외적으로 대한민국의 국가이미지를 조성하며 관련국들은 이 이미지에 근거해 각기 다르게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이 한미동맹에서 이탈하는 듯한 이미지를 투영한다면 이에 대한 반응으로서 미국의 조야는 한국을 불신하고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기를 꺼릴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역설적으로 한국은 오히려 경시당하며 발언권을 행사하기 어렵게 된다.

이상과 같은 점들을 고려할 때 우리에게 미국의 도움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돌이켜보면 1945년의 광복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이끈 연합국의 승리로 초래됐다. 1948년의 대한민국 건국도 미국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1950년에 북한이 자행한 6·25전쟁을 중단시킨 것도 국군과 미군의 연합전력으로 가능했고 1954년에 출범한 한미동맹은 그 후 전쟁 억지와 경제 재건에 크게 기여해 왔다.

앞으로도 우리는 한반도에서 예상할 수 없는 위급한 사태가 닥쳐 올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미국과 긴밀하게 협조해야 할 것이다.

현재 북한의 핵무장은 우리에게 최대의 시련이 되고 있다. 국가안보는 좌와 우를 가리지 않고 우리 모두가 함께 추구해야 할 공공선이다. 국민이 이러한 인식을 갖는 것이 순국 영혼에 보답하는 길이 될 것이다.

안병준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대한민국학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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