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감독은 1978년 부산고 3학년 때 대통령기, 청룡기, 화랑기 3관왕을 이끌며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고려대와 실업팀 한국화장품을 거쳐 1985년 고향 부산의 프로구단 롯데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그러나 2년 뒤 청보로 트레이드 됐다. 프로통산 전적은 63승 79패 13세이브. 투수로서 썩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평균자책이 통산 3.59에 불과할 정도로 절묘한 제구력을 자랑했다.
감독 첫 해인 지난해 양 감독은 꼴찌를 하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2001년부터 4년 연속 꼴찌다. 계약 기간은 올 시즌까지. 지난겨울 모두 이를 악물었다. 훈련 또 훈련. 선수들의 눈빛이 살아났다. 시범 경기 1위. 4월 23일 SK전부터 29일 LG전까지 6연승. 5월 13일부터 사흘 연속 부산 사직구장 만원 관중. 팀 순위 3위. 감독 선수 프런트 모두가 ‘한번 해보자’며 똘똘 뭉친 결과였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다시 연패의 늪에 빠졌다. “다시 치고 올라갈 겁니다. 결국 경기는 선수가 하는 겁니다. 저는 가능한 한 선수를 믿고 그들에게 맡기려 합니다. 때로는 작전을 걸고 싶은 유혹이 있지만 꾹 눌러 참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이 연패에 빠져 허우적댈 땐 약간 변화를 줘야 합니다.”
양 감독은 불교 신자다. 경기가 없는 월요일엔 가까운 절을 찾는다. 20분 정도 참선을 하고 108배를 올린다. 머리가 맑아진다. 가끔 골프장에 가서 스트레스를 날리기도 한다. 핸디 7 수준. 홈경기일 때는 산에 오르거나 아이들과 어울린다. 이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 술, 담배는 안한다. 최근엔 하도 답답해 ‘양치기 리더십’(케빈 리먼, 윌리엄 펜택 공저·김영사)이라는 책을 무릎을 쳐 가며 읽었다. 어쩌면 야구 감독과 양치기가 하는 일이 이렇게 똑같을까. 양치기는 양떼를 몰지 않는다. 양떼를 모는 것은 개들이다. 양치기는 양떼를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으로 이끈다. 양 감독의 양떼는 선수 80여 명을 포함해 100여 명.
“어디 양도 보통 양들입니까. 거의 양치기급 양들이지요. 프로선수는 각 개인이 사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술을 마시든 담배를 피우든 그건 개인이 알아서 할 일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팀 내의 룰을 깨뜨리면 용서할 수 없습니다. 양치기도 울타리를 넘는 양을 가만 두지 않습니다.”
양 감독은 선수들과 살갑게 스킨십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 부분은 코치들에게 맡긴다. 대신 선수들 옆을 지나면서 툭툭 한마디씩 던진다. “야, 요즘 방망이 잘 맞더라” “볼 끝이 박찬호보다 낫더라”라는 식으로 관심을 표시한다. “선수들 몸 풀 때 보면 그 선수가 어제 무엇을 했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몸놀림이 시원찮은 선수는 슬쩍 지나치며 냄새도 맡아봅니다. 어젯밤 술 마셨나 하고. 아무리 순한 선수라도 운동장에선 성격이 돌변해야 합니다.”
한국시리즈 통산 10승의 김응룡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 사장은 최근 “야구 감독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어떨까.
“야구 감독이란 자리는 영광의 자리입니다.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나 하지 못합니다. 난 다시 태어나도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습니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우승컵 안아 보는 게 정말 소원입니다.”
목장의 인부는 돈을 위해 양을 돌본다. 그러나 양치기는 양을 사랑하기 때문에 양을 돌본다. 양 감독은 그의 사랑하는 양떼를 이끌고 ‘타는 목마름으로’ 우승하고 싶다. ‘눈물나게 고마운’ 부산 갈매기들과 함께.
인천=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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