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군대는 처음 간다. 그런데도 잘 적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PC실이나 개인용 침상이 생기고 반찬이 좋아졌다고 해서 “요즘 군대 좋아졌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신세대들이 군에 만족하거나 불만족하는 것은 이런 시설 때문이 아니다.
김 일병 사건은 우리 군이 다양한 개성을 가진 신세대를 포용하는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 중 하나로 ‘갈등이 발생했을 때 급하게 도움을 청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지금의 20대는 ‘쿨하게 맺고 끊는’ 인간관계에 익숙하다. 무리에 잘 섞이지 못하는 특정인을 따돌리는 ‘왕따’는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병을 ‘관심사병’으로 분류해 관리하는 현재의 제도는 오히려 소외감만 더하는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나마 이번 사건의 김 일병은 극단으로 치닫는 마음속 갈등을 동기 사병들에게 자주 토로했음에도 불구하고 관심사병으로 분류조차 되지 않았다.
미군에는 각 부대에 심리학 등을 전공한 전문 상담인력이 배치돼 있다. 상급자와의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하급자는 언제든 비공개로 이 ‘핫라인’에 도움을 청할 수 있다. 물론 상담이 바로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극단적인 선택을 방지하는 안전장치의 역할은 하고 있다.
국방부도 이런 제도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아직 시행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것은 쥐의 평소 ‘성격이나 생활습관’과는 무관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대 안에 개인의 갈등과 고민을 살피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김 일병’이 나타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손택균 교육생활부 soh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