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만 하더라도 차관이 한 명이라서 할 일을 다 못했다기보다 ‘코드’가 전혀 다른 ‘시어머니’가 흔들어대고 구박을 하니까 그저 잔심부름이나 하는 ‘못난 며느리’꼴이 되지 않았던가. 재정경제부의 역할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축된 것도 차관이 한 명뿐이라서 그렇다고 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재경부를 짓누르는 ‘상전’들이 좀 많은가.
이런 국정 운영시스템 아래서는 수많은 전문 관료들의 역량이 사장(死藏)되거나 무력화(無力化)되기 십상이다.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차관이 부족해 나랏일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듯이 차관 증원을 강행하려 하니 ‘본말전도(本末顚倒)’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 정부 들어 장차관급 11명, 행정직 공무원 4000여 명이 늘었으나 행정서비스의 효율성은 세계 38위에서 42위로 떨어졌다는 것이 세계은행의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세계적인 추세인 ‘작은 정부’를 거부하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각종 정책의 결정과 추진 과정에서 숱하게 빚어지고 있는 혼선과 표류 현상을 보면서 지금의 정부를 효율적인 정부라고 인정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
복수 차관이 꼭 필요하다는 근거가 충분한 부처에 차관 한 사람을 더 두는 것을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 여당이 ‘비효율적인 큰 정부’를 향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치닫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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