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 칼럼]박지성, 퍼거슨이 찾던 ‘바로 그 선수’

  • 입력 2005년 7월 8일 03시 06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구단의 아시아 마케팅 차원에서 박지성(24)을 영입했다는 주장은 너무 터무니없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박지성은 물론 알렉스 퍼거슨 경을 모욕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재벌 맬컴 그레이저가 소유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인은 바뀌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퍼거슨 감독에 의해 새로운 변혁을 준비하고 있다. 퍼거슨 감독은 1986년 올드트래포드(맨체스터의 홈구장)에 처음 입성할 때부터 우승컵을 획득할 수 있는 선수들을 찾는 게 최우선 목표였다.

퍼거슨 감독은 ‘승리 본능’으로 잉글랜드 여왕에게서 기사 작위를 받았다. 잠재력을 갖춘 선수들을 발굴하고 적절한 동기를 부여해 멋진 팀으로 변화시키는 그의 능력이 여왕을 매료시켰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이 찾고 있는 ‘바로 그 선수’다. 그는 녹초가 돼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뛴다. 미드필드에서 공격라인까지 폭발적인 파워를 자랑하며 내닫는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코 볼과 경기, 그리고 이겨야 한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태극전사’의 열정이 몸속에서 불타고 있다.

앞으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퍼거슨 감독은 은퇴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는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감독이란 명성을 쌓아왔다. 하지만 이제 잉글랜드에서조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첼시와 아스날에 밀려 있다. 퍼거슨 감독이 다시 승자가 되기 위해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들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지난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보자. 미드필드진에서 역동성이 사라졌다. 로이 킨은 젊음의 파워가 사라진 노쇠한 주장이 됐다. 아직 그라운드의 리더로서 역할은 할 수 있지만 34세의 나이에서 오는 체력 저하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폴 스콜스는 어떤가. 31세 나이에도 골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은 살아있다. 하지만 이젠 지쳤다. 라이언 긱스는? 32세다. 지난 10년간 올드트래포드를 종횡무진 누볐지만 이젠 다 떨어진 건전지 신세가 됐다.

퍼거슨 감독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박지성을 봤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에 지능적인 위치선정, 게다가 골 결정력. PSV 아인트호벤과 AC 밀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세계 최고의 수비수들이 즐비한 밀란의 수비라인을 휘젓는 그의 플레이에 매료됐다.

퍼거슨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때론 설득하고 때론 감언이설로 달래고, 어쩔 땐 ‘완력’을 써서라도 자기 사람으로 만든다.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 스타일에 딱 맞는 플레이를 한다. 한마디로 서로 닮은꼴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충고 한마디. 박지성이 ‘아시아의 데이비드 베컴’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해라. 퍼거슨 감독은 베컴을 키웠지만 그가 팀플레이를 해치는 선수가 되자 가차 없이 차 버렸다. 퍼거슨 감독이 원하는 선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팀플레이를 하는 선수다.

랍 휴스 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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