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맞습니다 맞고요’ 합창하는 열린우리당

  • 입력 2005년 7월 9일 03시 19분


열린우리당은 정권의 국정운영을 떠맡고 있는 한 축(軸)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당과 정부의 분리’ 원칙을 선언한 후 당정협의나 대야(對野) 관계에서 여당의 독자적 권한은 한층 커졌다. 이를 반영해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청와대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당이 국정을 주도하자”고 합창했다. ‘당 견인(牽引)론’이다.

그러나 요즘의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의 말만 떨어지면 ‘맞습니다 맞고요’라고 합창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에 바쁘다. 대통령의 말을 받아적은 듯이 따라 외치고, 때로는 더 앞질러가는 전위대(前衛隊) 같다.

전방소초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열린우리당 안에서는 윤광웅 국방부 장관에 대한 ‘문책 불가피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유임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를 보이면서부터 문책론은 ‘윤광웅 살리기’로 돌변했다. 서울대의 통합형 논술 출제 방침에 대해서도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다가 대통령이 “가장 나쁜 뉴스”라고 한마디하자 ‘초동 진압’ 운운하며 ‘전면전(全面戰)’을 선포하고 나섰다. 대통령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지난해는 “장사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가 최근 “한나라당도 공개를 거론하는데 논의 못할 게 뭐냐”고 말을 바꾸자 열린우리당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열린우리당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했다”고 잠시 목소리를 높이다가 청와대 기류가 바뀔 때마다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 사이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오락가락하고 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할 대상은 유권자인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하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거수기’라는 조롱을 받았던 여당과 다를 바 없다.

국정을 견인하겠다는 여당이 이런 갈대 같은 모습을 보이니 기대하고 신뢰할 국민이 많을 리 없다. ‘무능 태만 혼란’으로 요약될 정도인 오늘의 국정 표류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책임을 통감해야 마땅하다. 그런 바탕 위에서 입법과 정책의 결과로 민생 호전에 기여하지 못하는 한 “민생 속으로”를 아무리 외쳐도 지친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할 것이다. 이른바 ‘민생 투어’를 한다면서 악수하고 사진 찍고 번드르르한 말만 쏟아내서는 대학생 농활(農活)만도 못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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