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11일 오전 도청 회의실에서 ‘상반기 주요업무 추진상황 평가보고회’를 개최하며 공개한 주요 도정(道政) 평가 내역이다. 97%가 완료 또는 정상추진이라는 후한 점수다.
이 자료대로라면 도지사 공약 102건과 도지사 지시 45건, 주요시책 14건 등 161건이 완벽에 가깝게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과연 그럴까.
성사가 불투명하거나 뚜렷한 진척이 없는 ‘자기부상열차 시험운행노선유치’와 ‘양산지역 관할 특별행정관서 조정’ 등을 모두 ‘정상추진’으로 분류했다. 사천시와 하동군이 탈락한 가운데 일단락된 기업도시 선정사업도 여기에 포함시켰다.
마산∼창원∼진해 경전철 건설과 마산∼창원간 제2봉암교 건설도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지만 역시 ‘정상’이었다. 10년 동안 제자리걸음인 거제장목관광단지 조성도 그랬다.
보고회는 냉정한 평가나 토론도 없이 1시간 만에 끝났다.
김태호(金台鎬) 지사는 별다른 시비 없이 “시책과 공약이 순조롭게 진행된데 대해 간부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정말 애썼다”고 말했다. 김 지사 생각도 참모들과 비슷해 보였다.
보고회 준비 관계자는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추진하면 ‘정상’으로 봤다”고 밝혔다. 반면 도의 한 중견 사무관은 “목표연도와 평가기준이 애매해 생기는 현상”이라며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단이 틀리면 제대로 된 처방도 나오지 않는다.
예상외의 알짜배기 공공기관이 경남에 배치됐을 때 경남도는 “노력의 성과”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얼마 뒤 기업도시 신청에서 탈락한 다음엔 “이해 못할 결과”라며 정부를 탓했다.
간부 공무원들이 이 같은 현실인식을 바꾸지 않고 자화자찬하며 안주하는 한 경남도가 내건 ‘남해안 시대’ 구현은커녕 다른 지자체와의 경합에서도 밀릴 공산이 크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댓글 0